낼 모레가 추석이다. 잊지 않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명절이지만 매년 맞는 맘이 다르다. 올핸 유난히 어려운 경제의 팍팍함이 피부에 와 닿는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는 각종 선물세트와 제수용품이 넘쳐났지만, 명절특수는 오히려 썰렁함으로 변해버렸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에 서민들의 입에서는 못살겠다는 한탄만 나온다. 거기다 물가까지 치솟고 았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실감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윤석열 정부의 물가정책이 앞선 정부보다 더 큰 비판에 직면해 있음을 볼 때 분명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일주일전 한국물가협회가 전국 주요 전통시장의 28개 차례용품 가격을 조사했다. 4인 가족 기준 올해 추석 차례상 예상 비용이 28만7100원으로 지난해 추석 때보다 9.1% 올랐다. 28개 품목 중에서 23개 가격이 올랐다. 조상 차례상에 올리는 품목이 특히 그랬다고 하는데 사과, 배 등 과일은 1년 전보다 20% 이상 상승했다. 물가 급등으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고 가계대출 이자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상 차리기 겁난다는 얘기가 거저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가하면 식탁물가 공포가 서민들의 소비심리를 억눌러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답답할 뿐이다.
그래도 가족들은 한자리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명절을 보내기 위해 대이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편치 않은 맘은 어찌할 수 없다. 흩어졌던 가족이 모이는 가정보다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니 말이다. 올해도 연휴를 즐기려는 해외여행객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엊그제 인천공항 발표 수치에 따르면 연휴를 앞두고 하루 20만명이 이용했다니 불경기가 무색할 정도다. 모두가 심화되는 사회적 양극화의 산물이지만 대통령을 비롯, 정부와 위정자들은 나 몰라라다. 그렇다보니 날이 갈수록 대한민국의 경제위기가 나아질 기미가 보일 수 있겠는가.
'민심'은 예부터 밥상이나 차례상을 차리는 장바구니 물가에서 나온다고 했다. 먹거리 물가가 곧 민심과 직결된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같은 민심은 '여론' 혹은 '천심'이라 해서 위정자가 챙겨야 할 첫째 덕목에 속한다. 하지만 작금의 시국을 보면 전혀 아닌듯 싶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현실과 괴리된 행동을 하며 민심과 동상이몽(同牀異夢) 하고 있어서다. 올 추석 밥상엔 이처럼 달갑잖은 주제들도 올라올 것이 예상돼 입맛마저 잃게 한다. 언제쯤 간이 맞고 희망적인 주제들이 넘쳐날까.
역사를 되짚어 보아도, 민심과 맞서 싸우는 권력이 패망에 이름은 상식이다. 예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에게 단골로 경계의 말이 되었던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또한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군주민수(君舟民水),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도 그래서 나왔다. 민심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권력하에선 국민이 행복한 세상은 결코 오지 않는다는 진리와도 상통한다. 민심을 못챙기는 정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부터라도 "연휴가 지나면 추석 민심 또한 사라지겠거니..."같은 안이한 판단일랑 떨쳐버리고 민심 안정이 최고의 정치임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