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발달장애인 가정, 극한 경제·심리적 위기 상황

지난 2월 서울시에서 한 남성이 10살 뇌병변·발달 중복 장애를 가진 자녀를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일어났다. 5월엔 청주시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남매 등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3명 모두 지적 장애인이었다고 한다.

경기도에서도 이런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 2022년 3월 수원에서 40대 여성이 발달장애인 8살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날 시흥에서도 말기 갑상선암으로 투병 중인 50대 여성이 발달장애인 20대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이 여성은 “딸이 나중에 좋은 집에 환생하면 좋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발달장애인 사망사건'은 최근 2년 간 20여 건이나 발생했다. 사회 안전망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발달장애인 가정의 심각한 경제적, 심리적 위기 상황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체 발달장애인 중 88.2%가 56세까지 평생 부모의 돌봄을 받으며 생활해야 한다고 한다. 부모가 본인의 생을 마감해야만 자녀의 돌봄이 끝나는 비극적인 상황이다. 견디다 못해 극한 상황에 처한 가족들이 서로의 목숨을 해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과 6월에는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이 전국에서 오체투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온전한 삶을 보장하라’는 이들의 외침은 처절하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과 장애인 부모로 산다는 건 지옥보다 더 극심한 고통”이라는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상황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지난 1월 경기도는 도내 최중증 발달장애인 1500명을 대상으로 돌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보호자의 정신적 건강은 ‘심한 수준의 우울감’이 41.0%(580명)나 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중증 발달장애인 보호자 25.9%(366명)가 지난 1년 동안 ‘죽고 싶다’고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가운데 31명은 실제 극단적 선택 관련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는 2026년까지 총 934억원을 투입,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 시스템 강화, 발달장애인 특화 일자리 개발 등 44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관련기사:수원일보 18일자 ‘경기도, 2026년까지 934억원을 들여 발달장애인 지원 44개 사업 추진한다’)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신규 사업으로 자해·타해 등 도전적 행동으로 시설 이용을 거부하거나 의사소통 등 극심한 발달상 이유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 시스템을 강화한다. 이들을 위해 24시간 1대 1 지원, 가족돌봄수당 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교육, 문화, 생활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해 발달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장애인 자녀 양육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고, 자녀와 부모가 희망이 없는 삶을 살아가며 육신이 서서히 죽어가는 발달장애인과 부모들을 살려 달라”는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절규를 잊지 말아야 한다.

도 관계자의 말처럼 이 사업으로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 기회가 확대되고, 발달장애인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