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미디어아트 수원화성’ 명품 축제 가능성을 보았다
장안공원에, 그것도 밤중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처음 봤다.
지난 9월 28일 시작된 ‘2024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수원화성’은 첫날부터 몰려든 시민과 관광객들로 인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공원 내 도로는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1988년부터 몇 년 간 이곳에서 열렸던 수원문화원의 ‘한여름 밤의 음악축제’ 때도 관중이 운집했고, 1987년 대통령선거 후보 선거유세 때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처럼 인파에 채이면서도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와 아이 등 3대가 함께한 가족부터, 연인, 친구, 외국인 관광객들은 더위가 물러간 초가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화성이 가로지르는 장안공원에서 펼쳐지는 화려하고 특색있는 미디어아트에 넋을 잃었다.
우리 가족도 손자까지 3대가 함께 했다. 이제 8개월이 조금 넘은 손자는 휘황찬란 오색빛을 발하는 환상적인 미디어아트 설치물을 보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리 가족은 화서문과 장안문 사이 장안공원에 설치한 미디어파크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다.
성벽과 숲, 광장, 잔디밭, 산책로 등에 4개 테마로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장안공원은 미디어아트의 종합판이었다.
‘미디어아트 수원화성’은 10월 20일까지 23일간 장안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화서문부터 장안문을 잇는 공원 전체에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수원화성 화락(和樂)’을 주제로 하는 만큼 단순히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공원 중앙광장 ‘스퀘어’에는 골목마켓 ‘행궁가게’가 펼쳐지고 있다.
지역 카페와 공방이 참여, 직접 만든 간식과 굿즈, 공예품 등도 판매하고 있어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화서문에서 상영되는 미디어 아트 작품은 ‘하모니 하이(Harmony High)’다.
작가는 ‘화성능행도’ 속 에피소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밝히는데 팔달산 정상 서장대에서의 야간 군사훈련을 담은 ‘서장대야조도’, 회갑을 맞은 어머니를 위해 마련한 연회 장면인 ‘봉수당진찬도’, 정조의 활쏘기 장면을 담은 ‘득중정어사도’ 등을 중심 모티브로 화려하게 재탄생시켰다.
장안문 옹성 안에서도 ‘하모니 코스모스’라는 미디어아트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이곳은 나와도 인연이 깊다. 중학교 때는 여기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던 녀석에게 이른바 ‘결투’를 신청해 코피를 터트렸던 곳이며, 1996년 수원화성 축성 2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시와 음악, 무용, 마임, 행위예술, 연극이 함께하는 시 낭송회를 열었던 장소다.
그곳에서 열리는 ‘하모니 코스모스’와 ‘만개의 시간:사시지외(四時之外)’라는 미디어아트 작품들은 우리를 둘러싼 무한한 우주, 신비로운 우주, 무한의 공간과 시간 담아낸 작품으로 관람자들의 시선과 사고를 확장시킨다. 시(詩)가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올해는 해외작가도 초청, 국제적 행사로 발전시켰다. 인도네시아, 멕시코, 프랑스, 독일, 우크라이나 등에서 온 작가들이 한국의 역사와 자연, 건축, 문화, 미래를 한국적 시각으로 표현, 색다른 느낌을 준다.
수원시 관계자는 “올해 4회를 맞는 미디어아트 수원화성은 글로벌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외국인 참여를 강화했다”고 밝힌다. 지구촌 축제를 지향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가능하다. 조금만 더 발전시키면 명품 지구촌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