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수원 詩, 수원 詩人'(29)] 송복례 '낙엽'

김준기 수원시인협회 회장

낙     엽

                 송 복 례

 

남은 건 질긴 심줄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건

심줄 사이에 이슬을 달아

가락을 짓는 일이다

바람에 뒤척이며

현을 켜는 일이다

햇살에 이슬 빛나면

들 밖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들어 줄 이도 없고

부르다 그만둘지 모를

싱그러웠던 날의 노래를

들 밖에서도 부를 일이다

 

떨어져 시드는 것치고 슬프지 않은 것이 있을까. 그래도 조금은 더 아름답게 떨어지고 시들 수 있다면 나름대로는 축복이다. ‘남은 건 질긴 심줄’이라고 했다. 이미 떨어졌다. 떨어진 채로 바짝 말라 물기라곤 조금도 남지 않았다. 불어온 찬 바람에 잎새였다는 형태마저 바스락거리며 사라졌지만 그래도 나도 한때는 푸르디푸른 나뭇잎이었다고 외치며 잎맥은 그대로 있다.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건/심줄 사이에 이슬을 달아/가락을 짓는 일이’라니. 육신은 시들었다. 하지만 지극히 평안한 마음으로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생과 사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시든 잎맥에 이슬을 달아 가락을 짓겠다고 했다. 마치 현(絃)처럼 둥글게 휜 그 질긴 심줄에서 가을의 음악이 흘러나올 수 있게 낙엽이 할 수 있는 일이 ‘바람에 뒤척이며/현을 켜는 일이다’라고 했다. 떨어져 시듦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

그리고 이어 ‘햇살에 이슬 빛나면/들 밖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들어 줄 이도 없고/부르다 그만둘지 모를/싱그러웠던 날의 노래를/들 밖에서도 부’르겠다고 했다. 부르다 그만둘 수도 있다. 또 아무도 들어주는 이가 없으면 또 대수랴. 나뭇잎이 떨어졌다는 것은 푸른 생명으로 빛나던 어제가 있었다는 증표이다. 그야말로 안심입명(安心立命)의 경지가 아닐 수 없다.

시월도 하루밖에는 남지 않았다. 오는 주말에는 서울농대가 자리했던 상상캠퍼스라도 다녀와야겠다. 수원에서 거기만큼 낙엽이 쌓인 고즈넉한 곳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귀 기울이면 어느 낙엽인가가 현을 켜는 가락을 들을 수도 있겠다.

 

송복례 시인

시집 『내 고향의 추억은 따뜻하다』

     『난을 묻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외

     한국가톨릭문학회 회원, 심상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