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새로운 수원의 경승지 “화성 억새꽃밭 적극 관리 필요해요”
억새꽃이 우거진 곳을 가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
명성산은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에 걸쳐 있는 산으로 가을철 억새가 유명해 억새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곁에는 산정호수도 있어 억새꽃과 호수의 정취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민둥산은 억새풀 군락지로 20만㎡가량의 민둥산이 억새꽃으로 덮여 있어 억새 축제가 열린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하늘공원도 가을이면 매혹적인 억새밭 장관을 이루며, 전남 장흥군에 있는 천관산도 억새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수원에도 이들 지역보다 규모는 작지만 멋진 억새 군락지가 있다. 화서문에서 팔달산 쪽으로 이어진 언덕 화서공원 억새밭, 방화수류정·용연에서 동쪽으로 동북공심돈까지의 성 외곽에 조성된 동공원 억새밭, 그리고 동남각루 밖의 억새밭이 그곳이다.
이 세 곳은 나의 단골 산책길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동공원 억새밭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수원의 가을 풍경이다.
해가 질 무렵 노을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는 억새꽃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올해는 억새밭 면적이 줄어들었다. 중간 중간 이상한 잡초들이 점령해 보기에 좋지 않다. 자세히 살펴보니 무슨 콩과로 보이는 덩굴식물인데 무서운 속도로 번식해 억새밭을 망치고 있다.
억새는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는 풀이다. 바람에 잘 흔들리지만 웬만하면 부러지지 않는다. 불을 질러도 다음해엔 또 새싹을 지상으로 밀어낸다. 번식력도 좋다. 생명력이 억세다고 해서 억새인가? 옛 어른들이 ‘묵은 밭에 억새가 자라기 시작하면 그 밭에 농사를 짓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억새도 저 덩굴식물을 이겨내지 못하고 뭉텅뭉텅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화서공원 억새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외래종인 환삼덩굴에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일보는 지난 10월 27일자 기사를 통해 외래종에 점령당한 억새밭의 실태를 보도하기도 했다.
‘억새밭으로 유명한 수원특례시 팔달구 장안동 화서문. 억새밭 일대가 군데군데 파여 있고 훼손돼 있었다. 외래종인 환삼덩굴의 확산으로 억새들이 잠식당한 것. 인근에 있는 공원 둘레길을 따라 언덕길을 올라가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길 주변에 펼쳐져 있는 억새들이 윗부분에만 간신히 남아 있어, 억새밭이라고 보기 무색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억새밭이 유명하다고 해서 왔다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에 실망감만 안고 돌아간다는 용인시민의 말도 전했다. “과거와 달리 최근 2~3년 전부터 억새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당연히 지자체에서 억새밭이 보존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또 다른 시민의 지적도 보도했다.
이들 억새밭은 수원시가 문화재청의 자문을 받아 조성한 것이다. 그런데 원래 화성을 축성하면서부터 억새를 심었다고 한다. 시계(視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억새군락지에는 다른 나무들이 잘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잘 마른 억새꽃은 불화살 재료로 썼다고 한다.
지붕 이엉으로도 사용했다. 볏짚 이엉은 2~3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하는데 억새이엉은 20~30년 동안 바꾸지 않아도 된다.
민간 치료제로도 사용됐다. 줄기나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이뇨작용을 돕고 해열, 해독, 풍사(風邪), 암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교상(咬傷), 즉 호랑이나 늑대, 뱀 등 동물에 물렸을 때 치료제로도 썼다는 기록도 있다. 중국 당나라 때 편찬한 의서 '본초습유(本草拾遺)'에는 '사람과 가축이 범과 승냥이 등에 물려 상처를 입은 경우에 쓴다'고 기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독이 없어 보릿고개 때 구황식물로 베어다 먹었다고 한다.
가축의 사료로도 사용됐다니 선인들이 화성 성곽주변에 심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경기일보는 화성 억새밭을 살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환삼덩굴과 같은 생태계 교란종은 제거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정한 제거시기에 2~3번에 나눠 방제를 반복해줘야 효과가 있다” “환경 관련 부서와 협력해 예산 지원을 받고 외래종이 번성하지 않도록 조기에 제거해야 한다”는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의 말과 함께, “억새밭 면적이 넓어서 유지·관리 예산이 부족해 일일이 제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 “외래종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 내년에 집중 관리를 검토 중”이란 수원시 관계자의 말도 보도했다.
세계유산 화성과 억새꽃밭의 이 조화로운 풍경을 다른 곳에서 감상할 수는 없다.
억새밭은 화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잘 가꾸면 수원을 대표하는 하나의 명품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
수원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