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남(47·여) 씨는 지난 3월 중순께 현재 사는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LG 3차 161㎡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놓았지만, 4달째 팔리지 않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망포동 일대 8군데의 부동산중개업소에 현 시세 6억5천만원보다 5천만원이나 저렴한 5억9천만~6억원에 내놓았는데도 전화 한 통조차 오지 않았다.
장 씨는 “가격도 저렴하고 실내 인테리어도 다시 해 상당히 괜찮은 조건이지만, 이 단지 내에서도 급매물이 많아 거래 자체가 성사되기 어렵다”고 했다. 장 씨는 이참에 동탄신도시 내 롯데캐슬의 복층식 아파트로 갈아탈 계획이었지만, 급매물이 빠지지 않아 속만 끓이고 있다.
이달이면 입주가 완료되는 화성 동탄신도시 내 J아파트(105㎡)를 분양받은 신모(33·여)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출금 상환 부담 탓에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전매제한에 걸려 팔 수도 없는 신 씨는 전세를 놓을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3차 입주가 시작되면서 급매물과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인근 아파트의 30~40%는 실거주자가 없는 빈집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신 씨는 “3달째 연락이 없어 아예 전세 놓는 것을 포기했다”면서 “중도금 상환을 위해 다시 은행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처럼 올 들어 수원지역을 비롯해 화성 동탄신도시, 용인 등에 급매물과 전세 물량이 넘쳐나면서 부동산 거래 시장이 장기 침체 되고 있다. 더욱이 급매물이 빠지지 않으면서 급매물 적체 현상도 심화 되는 추세다.
수원권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규모에 따라 급매물의 차이는 있지만, 올 초부터 거래율 ‘0%’에 가까운 단지가 늘면서 단지별로 급매물이 10~20개 정도의 물량이 적체돼 있다. 그나마 중소형 아파트는 거래가 이뤄지는 반면 중대형 아파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래가 뚝 끊긴 상태다.
영통동 B부동산 관계자는 “주변에 미분양 아파트도 많은데다, 광교나 판교 등으로 갈아타려는 대기자들이 많아 현 시세보다 3천만~4천만원 가까이 낮춰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영통동 R아파트는 올 초 99㎡ 기준으로 3.3㎡당 100만~120만원이 떨어졌고, 망포동 일대 아파트도 3.3㎡당 1천1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거래가가 낮아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급매물과 정상적인 매물의 가격차이가 좁아지면서 적체된 매물이 급매물의 가격과 동일해지는 기이한 현상도 빚고 있다.
망포동 S공인 대표는 “현금을 쥔 투자가들이 급매물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이들 지역의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관망하기 때문에 급매물 소진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현 시점에서 집값이 바닥을 친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아 앞으로도 급매물 적체 현상은 심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인 미분양 사태와 급매물 적체 현상, 광교·판교 분양 등 수원권 지역의 특수한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 아파트값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지역에서 나온 미분양 물량 5천~6천여 세대에 미거래 매물을 포함하면 1만여 세대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여기에 오는 9월부터 순차적으로 분양하는 광교와 판교신도시는 청약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해 부동산 시장의 잠정적인 수요를 억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정보업체 한 관계자는 “아파트는 팔리지 않는데 공급물량이 대폭 늘어나 급히 이주해야 하거나 목돈이 필요한 급매물 소유주의 속병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에 자금회전이 안 되면 건설업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