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271)] 칼국수가 '대추 서말'이 된 사연
'훈훈함' 순수 우리말이라 더 정겹다.
요즘 같은 겨울 초입, 사람들의 마음을 따습게해 더욱 그렇다.
어떤 이야기라도 훈훈함이 함축 되어 있으면 실과 바늘처럼 따라오는 수식어가 있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
이번주 초 모처럼 이러한 정이 넘치는 경험을 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주 금요일 여직원과 함께 사무실 근처 칼국수 집에서 점심을 했다.
참고로 나의 근무처 수원일보는 팔달구청 인근 행궁동에 자리 하고 있다.
메뉴가 칼국수 한가지다 보니 선택의 여지 없이 뜨끈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을 음미하며 향수를 느꼈다.
어릴적 시골 외갓집 할머니가 끓여 주시던 맛이 진하게 풍겨서였다.
투박하지만 겉절이와 달랑무 김치도 슴슴하니 주인 손맛의 내공이 어느 정돈지 가늠케 했다.
물론 이날 칼국수집 점심이 처음은 아니었다.
보름전 새로 개업한 까닭에 '관할구역' 순시(?)삼아 들렀던 곳이다.
당시도 기대 이상의 칼국수와 김치 맛에 소소한 만족을 느꼈던 곳으로 이후에도 두어 차례 다녀왔다.
이날도 변함없는 포만감을 느끼며 식사를 마칠 무렵, 젊은 군인 한 명이 들어왔다.
그리고 여주인에게 1인 칼국수도 되냐고 쭈볏이 물은 뒤 우리 옆 테이블에 앉아 칼국수 한그릇을 시켰다.
옛날 생각이 났다. 한참 오래 전 힘들게 군대 생활했던 시절의 배고픔이 스쳐서다.
병역의무를 감당해야 할 미래의 손주 모습도 오버랩 됐다.
"점심시간이 좀 늦었는데 혼자...?" 물으니 근처 예비군 동대에서 출장 업무를 마치느라 좀 늦었다고 했다.
군대내 중고참을 의미하는 상병계급장이 눈에 들어왔다.
'맛있게 식사 하라"며 일어나 나오면서 슬그머니 옆자리까지 함께 계산을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지난 월요일, 사무실 근처 휴무식당이 많은 날이라 '연중무휴' 한다는 칼국수집을 다시 찾았다.
이번엔 3명이 함께 갔다. 여느 때와 같이 포만감을 느끼며 직원이 계산을 하려는데 주방에 있던 여주인이 급히 나왔다.
계산을 마치고 영수증과 함께 캔커피 두개를 내밀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날 칼국수를 먹고난 군인이 미리 계산한 사실을 알고 사다 놓은 것"이라고.
"오시면 꼭 드리라고 했다"며 감사를 대신 전했다.
조금은 쑥스러웠다.
그렇지 않아도 얄팍한 감상놀음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젊은이의 맘이 '훈훈'하게 다가와 기뻤다.
그리고 커피 캔 하나를 여주인에게 건넸다.
두었다 마시라고, 주인은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다. "감사를 뺏을 수 없다"며..
계산대에 놓고 가려하자 "그렇다면 '그냥 받을 순 없지 않나"'하며 입구에 판매하려 쌓아놓은 대추포대를 가슴에 안기는 것이었다.
그것도 같이 간 직원들 몫까지 모두 3포대를. '한말'은 됨직한 양이라 묵직했다.
그리고 대추가 잘 건조돼 실하고 윤기가 나면서 색이 예뻤다.
한눈에 보아도 주인이 직접 만든 상등품이었다.
건네며 우리 집에 온 손님에게 베푼 훈훈함이니 나도 감사하는 '선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여주인 혼자 운영하는 칼국수 집이지만, 이날 만큼은 가게 안에 사람사는 훈훈함으로 넘치는 듯했다.
여주인의 미소도 유난히 행복해 보였고..
소소함이 '대추 서말'이 됐다니... 나눔과 베품은 '바이러스'라 했던가?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긍정의 힘을 다시한번 느끼기에 충분했다.
따끈 달큰한 '대추차'의 계절, 소분해서 지인들과 함께 나눠 훈훈함을 더 해야지.....
사무실로 돌아 오는길 코끝을 스치는 초겨울 바람이 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