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발
최스텔라
가시 돋친 눈이 휘돌아 치고
찬바람만 옷깃을 파고드는 날
무리에서 홀로 떨어진 작은 참새 한 마리
가까스로 전선을 타고 앉으니
또다시 진눈깨비가 심술을 부린다
발이 몹시 시린지
낙하의 위험 속에서도
한 발 깃털 속으로 넣는다
나머지 한 발로 버텨보지만
이내 견디지 못하고 발을 바꾼다
다시 시려오는 발
두 발 다 넣었다 그냥 낙하하면 어쩌나
아슬아슬한 모습에 침이 마른다
맘을 조이며 그저 바라볼 수밖에
빈 소주병 덩그런 벤치 위
신문지 비집고 나온 맨발은
집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고 있는지
그의 굳게 자는 잠이 열리지 않는다
지난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그칠 생각을 안 한다. 내 평생 첫눈이 이렇게 실하게 내렸던 겨울이 있었나 싶다. 실하게 내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폭설이다. 첫눈이라 하는 것은 그저 우리 추억의 등잔, 그 심지에 살짝 불만 붙여놓고 그치어야 하는 것을
머잖아 더욱 가혹한 눈발이 날리는 한겨울로 접어들 것이다.
위의 시는 최스텔라 시인이 2019년 연간지 『수원 詩人』에 발표한 「시린 발」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눈도 비도 아닌 진눈깨비가 우리네 삶을 차갑게 적시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 추위 속에 떨고 있는 한 마리 참새에게 시인의 시선이 가서 머문다. ‘가시 돋친 눈이 휘돌아 치고/찬바람만 옷깃을 파고드는 날//무리에서 홀로 떨어진 작은 참새 한 마리/가까스로 전선을 타고 앉으니/또다시 진눈깨비가 심술을 부린다’
시인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생명을 지닌 존재가 지극히 작은 몸집이라서, 그것이 그대로 추운 겨울 방치되다시피 야외에 노출되어 있어서 더욱 그렇다.
‘발이 몹시 시린지/낙하의 위험 속에서도/한 발 깃털 속으로 넣는다/나머지 한 발로 버텨보지만/이내 견디지 못하고 발을 바꾼다’라며 시인은 참새에게 연민의 시선을 던진다. 그리고 이어 ‘다시 시려오는 발/두 발 다 넣었다 그냥 낙하하면 어쩌나/아슬아슬한 모습에 침이 마른다/맘을 조이며 그저 바라볼 수밖에’라며 연민은 염려로 바뀐다.
일찍이 성현께서는 불쌍한 이를 보면 가엾게 여기고 이를 구하려 하는 마음 즉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인간이 마땅히 갖춰야 할 네 가지 덕목 즉 사단(四端)의 으뜸인 인(仁)이라 하지 않았는가. 시인은 작은 미물이라 할 수 있는 한 마리 참새에게까지 그 연민과 염려의 따뜻한 눈길을 보낸다. 이어 우리네 주변에서 발이 시린 참새처럼 맨발로 겨울을 견뎌야 할 이웃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빈 소주병 덩그런 벤치 위/신문지 비집고 나온 맨발은/집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고 있는지/그의 굳게 자는 잠이 열리지 않는다’ 햇살 따듯한 양지가 있으면 그늘진 음지가 있는 게 세상의 이치라지만, 아무리 세상이 풍요롭게 바뀌어도 추운 겨울을 몸 하나 누일 공간이 없는 노숙자는 안쓰럽기 그지없다. 칼바람 부는 한데서 신문지를 이불 삼아 덮고 잠든 사내의 맨발에 보는 이의 발도 시리다.
지구온난화의 역설이라고 한다. 덩달아 따듯해졌지만, 혹한이 몰아칠 때는 오히려 더욱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게 되는 겨울이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 춥고 배고픈 이가 없는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손길을 내밀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한 우리의 마음가짐을 위해서 그 어느 단체의 구호보다도 한 편의 시가 훨씬 더 호소력을 지닐 때가 있다. 그런 생각에서 다시 한번 읽어본 시이다.
최스텔라 시인
『문파문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수원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