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인류 지켜낼 ‘국제종자 저장고’

서둔동 농촌진흥청 농업생명공학연구원 내 자리… 국내 처음 토종 20개 작목 고유 DNA 정보 확보유전자원 보존·활용 농업기술 세계 경쟁력 갖춰… FAO, 북극 스발바드 이어 ‘제2 국제저장고’지목

▲ 권선구 서둔동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김태산 과장이 중기저장고에 저장된 벼 유전자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추상철 기자 gag1112@suwonilbo.kr

21세기 이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재앙이 핵전쟁이었다면 이제는 식량전쟁이다. 세계적으로 폭등하고 있는 곡물 값이 식량위기 의식을 최고조로 몰아붙이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종자은행을 설립, 우수한 유전자원 확보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도 지난 2006년 11월 263억원을 들여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농촌진흥청 농업생명공학연구원 내에 세계최대 규모의 종자은행인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9천507㎡)’를 설립했다.

노르웨이령 북극지역 스발바드섬 지하갱도에 설치된 ‘최후의 날 저장고’가 인류의 멸망에 대비한 국제저장고라면 자원센터는 아시아의 ‘노아의 방주’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제2의 국제종자 저장고’로 바로 자원센터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얀마와 필리핀 등 아·태지역 국가들의 종자저장을 의뢰하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자원센터 김태산 과장은 “우리나라는 유전자원 보유량이 일본(27만점)에 이어 세계 6위(15만4천점)지만, 시설 규모 및 기술력에는 단연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자원센터는 식물유전자원 50만점과 미생물 5만점을 보존할 수 있는 내구연한 50년의 중기저장고와 장기저장고(100년), 영하 196도의 초저온 저장고, DNA은행 등의 시설을 갖췄다. 유전자원 입고를 로봇이 담당하는 등 첨단 시설도입이 단연 돋보인다.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우수 유전자원을 수집·보존하고, 신품종 육종·개량을 위한 분양도 책임지고 있다. 보존한 유전자원과 이용효율을 높이기 위한 종합적인 DB를 구축하고, 전산관리 시스템을 통해 운영한다. 한국의 농업기술력과 농업유전자원의 보존 및 활용이 복합된 첨단 유전공학의 산실인 셈이다.

최유미 연구사는 “농업유전자원은 한번 소실되면 재생이 불가하기 때문에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와 함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해 DB를 구축, 종자주권 확보와 지적 재산권 행사, 토종식물 유전자 지문정보 식별에도 한몫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자원센터 바이오그린21사업단이 국내 최초로 참깨, 율무, 인삼 등 재래종 20개 작목의 고유 DNA 정보를 밝혀내 토종 식물자원 주권 확보에 가속이 붙었다. 보존가치가 높은 토종식물 유전인자 확보는 앞으로 작물의 생명공학적 활용 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눈으로 식별이 어려운 식물 품종을 구별할 수 있는 분자 마커 기술과 유전자원 특성평가기술, 초저온보존기술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규모와 기술 면에서 손색이 없지만, 그럼에도 지난달 3일 ‘최후의 날 저장고’에 국내 통일벼 등 우수 종자 5천점의 유전자원을 입고했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특수성과 지형적 여건을 고려해보면 전쟁이나 자연재앙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김 과장은 “종자은행이 마련된 필리핀도 10여년 전 홍수 피해로 보관해오던 유전자원이 대부분 소실됐다”면서 “혹시나 모를 재앙에 대비해 국외에 우리 종자기지를 마련, 식량주권의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원센터는 오는 10월께 벼와 콩, 보리 등 약 30여 작물의 재래종과 육성종 총 8천점을 추가로 입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외로 유출됐던 마늘, 부추 등의 토종자원 반환과 반환된 종자의 증식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한 알의 종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날이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며 “아·태지역 국제유전자원 저장고로 지정된다면 21세기 BT 강국으로 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