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274)] 붉은꽃 동백

정준성 주필

‘동백(冬柏)'. 겨울에도 잎이 푸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백은 봄, 경칩무렵 피기 시작하는 다른 꽃들과 다르게 늦가을 겨울 초입부터 꽃을 피운다.

때문에  언제나 한 계절 앞서 피는 '붉은 꽃'과 한파에도 잃지 않는 푸른 잎을 상징으로 친다.

어떤 나이에도 매혹적인 모습을 지켜내는 여성을 비유할 때 곧잘 인용되는 이유다. 

하지만 슬픔 통속 비련의 이미지 여인을 표현할 때도 곧잘 사용된다. 

'기다림·애타는 사랑·은밀한 사랑'이라는 동백꽃말도 무관치 않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로 시작되는 '동백아가씨'도 그렇다. 

프랑스의 소설가이며 ‘삼총사’ 저자 뒤마의 아들 알렉상드르 뒤마가 1848년 내놓은 비극적 소설  ‘동백 아가씨(La Dame aux Camelias)’도 마찬가지다. 

7년뒤 1855년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가 이를 토대로 1855년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를 작곡해 상징을 더했다. 

우리나라에선  ‘춘희(椿姬)’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무대에 오르며 비련을 전하고 있다.

우리의 시와 소설 속에서도 동백꽃의 존재는 확인된다. 

피었다가 절정의 순간 통째로 미련 없이 툭 지는 처연한 특성 때문이다. 

일찍이 청마 유치환은 시 ‘동백꽃’에서 ‘목 놓아 울던 청춘의 피꽃’으로 표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흰눈이 쌓인 푸른 이파리 사이로 붉게 핀 ‘겨울 꽃’ 이미지도 작용했지만 말이다.

이런 동백꽃의 군락지는 충청 이남의 웬만한 산사(山寺)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중 전북 고창 선운사와 전남 강진 백련사, 충남 서천 마량 동백나무숲 등이 동백나무 군락지로 유명하다. 

절 주변에 동백나무가 많은 것은 예로부터 방화림(防火林)에 적합한 상록활엽수로서 활용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동백꽃은 붉다. 

새의 눈에 잘 띄게 하려는 처절함의 표현이다. 

찬바람 속 눈보라 몰아치는 한겨울, 꽃가루받이 해줄 곤충은 없다. 새를 불러모으려는 '동백지혜'라 아니할 수 없다. 

그래서 동백꽃을 새가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대표적인 '조매화'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다. 자생력도 갖추고 있다. 꽃 안쪽에 꿀을 흐르게 해서다. 

동박새는 이 꿀을 먹기위해 꽃을 헤집고, 꽃가루를 묻혀 나른다. 겨울에 피는 동백꽃의 비밀이다. 

남쪽에는 지금 동백꽃이 한창 봉우리를 맺고 있다. 

또 한켠에선 늦가을 쌀쌀함에 일찍 핀 동백꽃이 검붉게 변하며 지고 있다. 

그리고  통째로 떨어지고 있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 세월을 거스르지 못하는 자연의 섭리다.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열망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도 당사자는 오히려 한줌의 권력을 쥐고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 

와중에 국민 맘이 통째로 낙화하는 동백꽃이 되고 있다.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