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279)] '군다이 신다이 민다이'
‘안민가(安民歌)’
1200여년전 신라시대, 승려 충담사(忠談師)가 경덕왕에게 지어 바쳤다는 향가다.
그 내용 속 마지막 구절에 이런 말이 있다.
“아으, 군다이 신다이 민다이 하날단, 나라악 태평하니잇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한다면, 나라 안이 태평하리로다."
나라를 잘 다스리고 백성을 평안하게 하는 바른길이 무엇인가를 설파한 경구다.
참고로 '충담사'는 충성스러운 말을 하는 스승이라는 의미의 이름이다.
당시 시대 상황은 매우 혼란스런 시기였다. 귀족들이 두 파로 갈려 세력싸움이 심각해서였다.
중심을 잡아야 할 임금조차 귀족들에게 끌려다녔다.
그리고 도량발호하는 귀족들의 비리청산은 커녕 개혁조차 못했다.
고심하던 경덕왕이 어느 날 고승 충담사에게 경각심을 일깨울 글귀를 짓게 했다.
그것이 '안민가'다. 백성을 안심시키기 위한 원문은 이렇다.
군은 아버지요/신은 사랑하시는 어머니요/
민은 어린아이라 하시면/민이 사랑을 알 것이다/
꾸물거리며 사는 물생/이를 먹어 다스려져/
이 땅을 버리고 어디를 갈 수 있겠는가 하면/
나라 유지됨을 알 것이다.
아아 군답게 신답게 민답게 하거든/
나라 태평하나이다.
임금과 귀족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나라꼴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나라 안 백성들의 삶을 평안하게 하고, 또 위태롭게 하는지를 훈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망각한 본분을 되찾지 못해서였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 "군불군(君不君)신불신(臣不臣) 부불부(父不父) 자불자(子不子)."
논어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다. 중국 제나라 임금이 정치에 대해 묻자 답한 유명한 말이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으면..... "
수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우리에게 깊은 통찰로 다가와 울림이 크다.
특히 '∼답게'는 각자의 위치가 다를지라도 자신이 맡은 일에 뚜렷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철저하게 지키는 것을 의미해 더욱 그렇다.
‘대통령이 대통령답게, 장관이 장관답게’ 라는 본분을 잊은 이 시대.
나라를 책임진 위정자들이 저급하고, 정치가 정치답지 않은 세상.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에 견주어 시사하는 바 의미 심장하다.
국민이 불안에 떨고 우울감에 빠진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진정한 충언(忠言)이 사라진데서 비롯된 우리의 아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