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목사 아침묵상] 내 삶을 이끌어 준 10가지 말씀(84)

김진홍 목사

땅이 정해지자 나는 그 땅의 토양을 살펴보고 싶어 밭으로 다가갔습니다. 

시기가 11월 초순이어서 이미 가을걷이가 끝난 시기였습니다. 

밭에 수숫대만큼 크기의 대강이 줄을 지어 있기에 "올해 수수 농사를 지었구먼요?" 하고 물었습니다.

"아닙네다. 수수가 아니고 옥수수입니다" 하기에 "옥수수 대강이 이 정도였으면 수확량이 볼품 없었겠는데요"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잘 아시네요. 하늘이 하는 걸 사람이 당할 수 없었지요. 가뭄이 오래 가다가 폭우가 쏟아져 홍수를 일으켰으니 당해 낼 도리가 없었시요."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밭의 흙을 한 주먹 쥐고 바람결에 뿌려 보았습니다. 

흙이 마치 먼지처럼 바람에 날려 흩어졌습니다.

흙덩이가 바람에 날려가는 것을 보고 농산국장에게 일러 주었습니다.

"금년 농사가 흉작이 된 것은 하늘 탓이 아닙니다. 사람 탓입니다"

"보세요, 흙이 덩어리가 되어 있어야 유기질 성분이 많아 농사가 잘 되는데 흙에 거름기가 없으니 마치 밀가루처럼 바람에 날려가잖습니까?"

"오래도록 거름을 넣지 않아서 토양이 메말라서 수확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농산국장은 할 말을 잃고 나만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김 선생께서 전문가이시니 잘 가꾸어서 인민들에게 교육장으로 활용해 주시라요. 시에서는 적극 협력하겠시다."

이래서 나진·선봉 두레농장이 시작되었습니다. 

귀국해서 두레마을에서 헌신적인 일꾼 셋을 데리고 가면서 종자, 가벼운 농기구 등을 챙기고 가서 3년 안으로 좋은 농장을 만들자 다짐하고 시작하였습니다. 

문제는 토양을 비옥하게 할 거름을 구할 수 없는 점이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고심하던 중에 우리 밭가 산 아래 높다란 언덕이 있기에 무슨 언덕인가 살펴보았더니 대박이었습니다.

토탄(土炭) 더미였습니다. 옛적에 나무는 석탄이 되고 숲은 토탄 혹은 이탄이 되었습니다. 

함경도에서 만주를 거쳐 사할린 지경까지가 세계에서 최고 양질의 토탄이 있는 지역인데 우리 밭가에 그 토탄 더미가 있었습니다. 

토탄을 제대로 발효시키면 최상의 퇴비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한국으로 와서 미생물을 가져다가 발효를 시켜 두껍게 밭에 뿌려 두니 토양이 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해부터 감자를 심었습니다. 북한의 감자는 자주색 감자로 종자가 퇴화되어 수확량이 적은 데다 바이러스가 심하여 곰보 감자였습니다. 

우리는 종자 개량부터 시작하여야 할 것 같아 대덕단지 과학자들이 개발한 신품종 감자를 4만개 구입하여 심었습니다. 

소문을 듣고 평양 김일성대학 농대에서도 신품종 감자 얻으러 왔기에 적절한 양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