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굴까? "노숙인 위해..." 182만원 기부한 그 사람은
봄은 아직도 멀었다. 겨울 추위는 연일 서민들을 위축시킨다. 특히 집도 없고 먹을 것도 없이 꽁꽁 언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에게 겨울철은 지옥이나 다름없다. 노숙인들은 겨울철에 안전 문제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차가워진 기온으로 인해 활동이 둔해지고 면역력도 더 떨어진다. 한파와 위생·안전 문제에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이다. 지난 1월 1일 새해첫날엔 대구역 광장에서 60대 노숙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사망한 노숙인은 최근 5년간 48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0월 25일 ‘2024∼2025년 동절기 노숙인 등 보호 대책’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위기노숙인 등 조기발견 및 대응, 응급잠자리, 무료급식 등 복지자원 사전 확보 및 지원, 신속한 위기대응체계 구축, 시설 안전점검 등이 내용이다.
경기도 역시 노숙인 등 취약계층의 겨울철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다각적인 지원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노숙인의 경우, 겨울철을 대비한 특별한 보호활동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노숙인을 보호하기 위한 거리상담과 순찰을 실시하면서 7848건의 방한용 물품을 제공했다.
지난해 11월 11일엔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인노숙인시설연합회와 함께 노숙인 무료급식장소인 수원역 ‘정나눔터’에서 겨울철 노숙인 안전사고 예방과 보호 강화를 위한 ‘힘업(Him-Up) 구호키트’ 350개를 전달하기도 했다. 구호키트 속에는 내의와 담요, 핫팩, 방한용품 등 10종으로 구성됐다. 구호키트는 도내 14개 노숙인복지시설을 통해 노숙인들에게 나눠줬다. 휴온스글로벌, 에스비글로벌헬스케어, 제이지브로 등 경기도 소개 기업 3곳은 2억7000만원 상당의 샴푸, 양말, 마스크 등 물품을 후원했다. 아울러 11월부터 노숙인 보호를 위한 거리상담, 순찰과 동시에 7848건의 물품지원을 하기도 했다.
도는 지속적으로 경인노숙인시설연합회를 지원하는 동시에 노숙인 사각지대 발굴과 안전사고 예방에도 적극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취약한 환경에 노출된 노숙인의 안전 및 보호 강화를 위해 노숙인 특별보호대책을 추진하는 등 노숙인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정부와 지방정부의 노숙인 정책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따듯한 보살핌도 요구되는 상황에서 수원시의 익명 시민이 “겨울철 추위에 어려움을 겪는 노숙인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23일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 182만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센터는 이 기부금을 수원역 노숙인일시보호소 ‘꿈터’ 노숙인 30명에게 1인당 5만원씩 즉시 전달했다는 소식이다. 남은 32만원으로는 핫팩 600개를 구매해 거리 노숙인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마음이 따듯해진다. 우리는 익명의 시민이 무슨 일을 하는지, 경제적인 형편이 어떤지 모른다. 그러나 182만원이라는 금액으로 보아 부유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서민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기부자에게 182만원은 큰돈이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오랫동안 모아온 돈을 기부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할 수 있다. 신분을 감추고 조용한 선행을 펼치는 이웃이 있어 이번 겨울이 그리 춥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