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시민농장 체험 텃밭’ 올해는 나도 신청해볼까?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탑동시민농장에서 농작물을 가꾸는 시민. (사진=김우영)
탑동시민농장에서 농작물을 가꾸는 시민. (사진=김우영)

수원시가 올해 탑동시민농장 등 4곳의 '체험 텃밭'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지난해 탑동시민농장을 방문했을 때 도시농부들이 부러워 내년엔 나도 텃밭에 도전해볼까 생각도 해봤다.

사실 텃밭은 예약이 쉽지 않다. 65세 이상 고령자(세대주), 국가유공자(세대주), 장애인, 다문화가정, 19세 미만 3자녀 이상 가구에 50%를 우선 공급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50%만 추첨을 통해 일반인에게 공급한다.

그러니까 일반 시민들의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엔 지역별로 최고 1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수원시 인구는 120만 명이 넘는다. 이처럼 많은 시민이 사는 대도시 수원에서 텃밭에 당첨된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게으른 면도 있지만 이처럼 높은 경쟁률에 엄두도 못 내고 포기하곤 했다.

그런데 이젠 당첨될 확률이 높아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 세월이 흘러 만 65세 이상 고령자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수원시에는 탑동시민농장 1500세대(16㎡)을 비롯해 두레뜰 공원 140세대(10㎡), 물향기 공원 180세대(10㎡), 청소년 문화공원 80세대(5~10㎡) 등 1900세대의 시민농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민농장은 권선구 탑동 옛 서울농대 실험목장 자리에 조성된 탑동시민농장이다.

탑동시민농장이 조성되기 전 자주 갔던 곳은 지금은 사라진 당수동시민농장이다. 이곳에서 느끼는 전원풍경과 농사를 짓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당수동 시민농장은 31만6955㎡에 조성됐다. 이 가운데 8만7651㎡를 시민농장으로 사용했다. 나머지는 연못과 코스모스, 해바라기, 금계국 등 계절 꽃밭을 가꾸는 등 경관지대로 조성했다.

당수동시민농장에서는 다래기장터, 그린농업축제, 힐링 텃밭정원 축제, 찾아가는 마을극장, 코스모스 음악회 등 계절별로 다양한 행사도 열렸다.

원예치료 프로그램인 마음돌봄농장, 어린이생태학습원, 도시농부와 어린이농부를 대상으로 한 도시농업 아카데미, 복지원예사 양성과정교육, 텃밭이론과 요리를 배워보는 도시텃밭교육 '텃밭텃밥',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어울림 교육 등 프로그램도 큰 호응을 받았다.

이곳은 2018년까지 운영됐다. 그 자리에 당수 공공주택지구가 조성됐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그곳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탑동시민농장 해바라기 밭에 선 (사)화성연구회 문화재 모니터링팀.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탑동시민농장 해바라기 밭에 선 (사)화성연구회 문화재 모니터링팀.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당수동시민농장이 폐쇄되고 2019년부터 탑동시민농장이 개장됐다. 이곳에도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찾아와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시민들에게 분양된 텃밭에서는 상추와 열무, 가지, 파, 배추 등 각종 채소들이 주인의 손길을 느낀 만큼 무럭무럭 자라고, 경관지역에서는 연꽃, 메밀, 꽃양귀비, 수레국화,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이 도시농부와 산책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탑동시민농장 경관지역. (사진=김우영)
탑동시민농장 경관지역. (사진=김우영)

새로운 수원시의 명물로 자리잡은 탑동시민농장엔 푸른지대창작샘터도 있다. 서울대 농대 실험목장을 개축, 2020년 1월 푸른지대창작샘터로 변모시켰다.

인근엔 오래된 철제 구조물과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사료탑 등도 남아 있다.

뿐 만 아니라 탑동시민농장 남서쪽 끝에는 서둔야학도 있다.

서둔야학은 1965년부터 1983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대학과 수의과대학의 학생들이 수원 서부지역의 청소년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던 곳이다. 대학생이었던 야학 교사들이 성금을 모금해 이곳 부지를 구입한 뒤 교사와 학생들이 직접 건물을 설계하고 건축했다. 책상과 걸상도 직접 제작해 사용했다고 한다.

이곳엔 아직도 서둔야학 교실 3동이 남아 있다. 이 역시 수원시의 귀중한 현대 유산이므로 한번 둘러보시길 권한다.

올해에도 탑동시민농장 체험 텃밭 신청은 포기하기로 했다. 공연한 욕심을 부리다 잡초만 무성해 손가락질을 받을 것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저기 돈 안 생기는 곳에 불려 다니느라 시간이 나질 않는다. 내년엔 할 수 있으려나? 그냥 다른 이들 농사짓는 모습이나 보러 다니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