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283)] 우울(憂鬱)한 대한민국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20세기 미국의 대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영국의 여류작가 버지니아 울프, 러시아의 풍자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등등.
우울증에 굴복(屈服)해 조기에 생을 마감한 유명인들이다.
그 가운데 고흐는 스스로 권총 방아쇠를 당긴 뒤 동생 테오 곁에서 숨을 거두며 ‘고통은 영원하다(The sadness will last forever)'고 말했다.
당사자가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큰 가를 가늠케 한다.
죽음을 동반할 정도로 위협적 질병 중 하나인 우울증은 현대 의학조차 발병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미스터리 병 중 하나다.
히포크라테스가 “슬픔(sorrow)이 지속된다면 그 때는 우울증(melancholia)이다”라고 했을 정도로 유구하지만 최첨단 바이오시대에도 베일 속에 있다.
우울감과 무기력, 즐거움 상실 또는 짜증과 분노의 느낌을 지속해서 유발하는 '장애'라 규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사고 흐름의 장애, 행동장애, 판단력 장애, 사회 대처능력의 감소, 집중력의 감소와 아울러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환자 5명 중 4명은 자살을 생각하며 6명 중 1명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고통을 피하려는 최후의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셈이다.
17세기에 출간된 로버트 버턴의 ‘우울증의 해부’라는 책에선 고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기도 했다.
“이것은 인간적인 고통의 바다이고 모든 인간적인 불운의 정점이다. 어떤 신체적인 고통도 이에 견줄 수 없으며, 어떤 고문도, 어떤 뜨거운 강철도 이에 비할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가 100만명(2024년)을 넘었다.
2018년 75만여 명에서 32.8% 증가한 것이다.
특히 여성 환자가 67만4050명으로 남성(32만5982명)의 두 배를 넘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9만4200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중에서도 20대 여성 환자가 12만1534명으로 전체의 12.1%를 차지해 심각함을 더 하고 있다.
진료비도 급증해 2018년 3359억원에서 2022년 5378억원으로 약 60.1% 상승했다.
여기엔 보육시설 및 교육기관 종사자 수도 포함됨은 물론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2만6408명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상반기에만 1만9766명으로 전년의 절반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상담도 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3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인원을 기관별로 살펴보면 보육시설 880명, 유아교육기관 2701명, 초등학교 5091명, 중등교육기관 2635명, 고등교육기관 4223명이었다.
그러나 심각성은 이보다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이 여전히 1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OECD 세계1위 우울(憂鬱)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그런 가운데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우울증 병력의 여교사에게 8세 여학생이 비참하게 살해당하는 초유의 비극이 발생했다.
드러난 우울증의 민낯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