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일보 이민정 기자] 수원을 대표하는 시조시인 중 한사람인 진순분 시인이 수원시인협회(회장 김준기)가 제정한 '2024 수원시인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장독대 설법’ 등 10편.
15일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열린 ‘수원시인’ 제11집 출간 기념회를 겸한 시상식에서 김준기 회장은 “진순분 시인의 작품들은 구도라고 해야 할 치열함으로 일관돼 있다”면서 “고답적 장르로서의 시조를 뛰어넘어 현대의 시조가 지녀야 하는 새로운 질서를 보여준다는 것이 임병호 김우영 김준기 김애자 임애월 등 선정위원들의 평가였다”고 밝혔다.
진순분 시인은 수상소감을 통해 “결핍과 슬픔의 정서가 오히려 지금까지 문학의 감성을 키우는 바탕이 되었다”면서 “36년 문단활동에서 오로지 수원 시인 이름으로 주는 이 상, 수원사람으로 받는 의미 깊은 상이기에 겸허히 받는다”고 말했다.
진 시인은 경인일보 신춘문예와 한국시조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했다.
그동안 가람시조문학상, 윤동주문학상, 경기PEN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 본상, 올해의시조집상, 수원예술대상, 경기도문학상 본상, 한국시학상 본상, 시조시학상 본상, 수원문학상 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익명의 첫 숨’ ‘돌아보면 다 꽃입니다’ ‘블루 마운틴’ ‘바람의 뼈를 읽다’ ‘안개꽃 은유’ 등의 시집을 냈다.
장독대 설법
진 순 분
비 오면 오는 대로 비를 맞는 섭리인 듯
눈 오면 오는 대로 눈을 맞는 순리인 듯
장독대 보살들 모여
가부좌를 틀고 있다
염천에 숨 헐떡여 고비 넘는 뙤약볕에
국화 향기 숨결로 스며드는 갈바람에
오로지 익어가는 일
화두 참선 깊어진다
길고 긴 엄동설한 맵고 짠 결이 삭듯
배불뚝이 헤벌쭉이 도반들 수행하는
동안거 묵언의 설법
별빛 총총 귀 연다
위 시는 수원시인상 수상작 가운데 한편으로 김준기 시인은 수원일보 문학칼럼인 ‘수원詩 수원詩人’을 통해 이렇게 평가했다.
‘수행에는 필연적으로 고행이 따르기 마련이다. ‘염천에 숨 헐떡여 고비 넘는 뙤약볕에/국화 향기 숨결로 스며드는 갈바람에/오로지 익어가는 일/화두 참선 깊어진다’고 하였다. 장독들은 제 몸에 장을 담고 뜨거운 뙤약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오로지 ‘익어가는 일’을 화두로 하여 참선 중이다. 불전에 모신 관음보살과 같은, 금·은 주옥을 끼운 보관(寶冠)도 없다. 천의(天衣)로 몸을 감싸지도 않았다. 그저 배가 불룩한 맨몸에 그래서 어찌 보면 헤벌쭉이로도 보이는 장독대 도반들이 나란히 가부좌를 틀고 ‘길고 긴 엄동설한 맵고 짠 결이 삭듯’ 수행 중이다. 그리고 마침내 장독들이 긴 ‘동안거’ 끝에 빛을 발하는 ‘묵언의 설법’에 별빛까지 감응하여 총총 귀를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