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화성연구회, ‘정조대왕함’ 고유제 주관하다
지난 21일 부산에 다녀왔다.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열린 수원특례시-정조대왕함 자매결연식 행사의 일부인 ‘정조대왕함 고유제’를 사단법인 화성연구회가 맡아 주관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고유제의 축문을 지었다. 성신사 고유제 축문을 몇 번 쓴 적이 있긴 하지만 국군 함정 고유제는 처음이었다. 산신제나 풍어제, 또는 향교나 사당에서 열리는 제례의식에 대한 기록은 전국 여기저기에 있었지만 군함에서 올리는 제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나도 그렇지만 고유제 총진행을 맡은 한정규 화성연구회 이사를 비롯해 집례자 모두 옛 기록을 찾고 다른 제례의 사례를 모으느라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성신사 고유제와 ‘조선왕조실록’, ‘국조오례의’, ‘화성성역의궤’, ‘한글정리의궤’ 등 기록을 몇 번이고 살펴보며 충실한 고증을 하고자 노력했다.
이 가운데 ‘국조오례의’는 조선시대 다섯 가지 의례를 기록한 예법서다. 국가의 큰 제사인 사직과 종묘를 비롯한 대소 제례의 의식과 절차, 상차림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우리는 국조오례의 길례인 ‘악해독(嶽海瀆)’ 가운데 바다에 제사를 지낸 기록을 바탕으로 고유제를 준비했다.
나 역시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축문을 지었다. 다음은 축문의 일부다.
(전략)
저희는 정조대왕함이 가장 먼저 적을 타격하고
가장 마지막까지 조국의 바다와 영토를 사수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세계평화의 밑거름으로 쓰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대양신이시여!
동해 서해 남해 우리바다와 오대양을 아우르시는 큰 바다의 주인이시여!
백성을 어버이의 마음으로 보살피신 위대한 임금 정조대왕이시여!
닻을 올리고 출항할 때
항상 상서로운 기운 함께 하여
바람과 물결 순조롭게 해주시고
단 한발의 적탄이라도 이 배에 닿지 않도록 보호하소서!
이 배에 탄 모든 우리 장병 어여삐 보살피시어
몸 상하지 않고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우소서!
(후략)
이날 고유제를 위해 화성연구회는 수차례의 회의와 예행연습을 거쳤다. 행사 하루 전에 부산에 내려가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정조대왕함에 탄 ‘모든 장병들이 몸 상하지 않고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간절히 기원했다.
‘항상 상서로운 기운 함께 하여 바람과 물결 순조롭게 해주시고 단 한발의 적탄이라도 이 배에 닿지 않도록 보호’해달라는 하나 된 마음이었다.
우리가 정성을 다해 고유제를 올린 정조대왕함은 최신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해 탄도미사일 탐지부터 요격까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해상전력으로 활약하게 될 해군의 첫 8200톤급 최신형 이지스구축함이다.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건조했다. 지난 2019년 10월 함 건조계약을 체결하고, 2022년 7월 진수식 이후 2년여 동안의 시험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2024년 11월 27일 해군에 인도됐다.
기존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에 비해 전투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고 한다.
길이 170미터, 폭 21미터, 경하톤수는 약 8200톤으로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에 비해 전체적인 크기는 커졌지만 적의 공격으로부터 함정을 보호하는 스텔스 성능은 강화됐다는 것이다.
또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첨단 통합소나체계를 탑재해 적 잠수함 및 어뢰 등 수중 위협에 대한 탐지능력을 크게 높였다. MH-60R(시호크) 해상작전헬기 2대 탑재도 가능해 강력한 대잠작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조대왕함은 첨단과학기술 기반 해군력 건설의 상징이자 국가전략자산으로서 해군의 전투역량을 한층 강화시킬 것이라는 게 해군의 설명이다.
실제로 행사 담당 장교의 안내로 함선 곳곳을 살펴볼 때 이른바 ‘국뽕’이 차올랐다. 아, 우리나라가 이 정도의 세계적 강국이 됐구나. 고유제에 참가한 회원 모두 감격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고유제에서는 정조대왕함 조완희 함장(대령)이 초헌관을,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아헌관을, 이재식 수원특례시의회 의장이 종헌관을 맡았고 화성연구회 회원들이 당상·당하집례, 알자, 대축, 봉작, 전작, 사준, 관세 등 집례와 행사 진행을 맡았다.
초헌관을 맡은 조완희 함장은 수원사람이었다. 수원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쳤다고 한다.
한편 자매결연식에 앞서 무예24기 시범공연도 열렸다. 부산에서, 그것도 해군작전사령부 안에서 낯익은 단원들의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고유제가 끝나고 난 뒤 열린 자매결연식에서는 조완희 정조대왕함장의 환영사, 이재준 시장과 김준혁 국회의원, 이재식 시의회의장의 격려사, 기념품 전달, 함 내 견학 등이 이어졌다.
우리는 고유제 행사가 끝나고 바로 귀향길에 올랐다. 수원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경. 모두들 힘이 들었는지 한잔 하자는 말을 꺼내는 이가 없다.
고유제에 올렸던 큰 통돼지를 수원시 매향동에 있는 무료급식시설 연무정급식소에 전달하는 것으로 화성연구회의 ‘정조대왕함 고유제’는 마무리 됐다.
화성연구회, 내가 속해 있지만 참 신기한 단체다.
해신제 관련 연구·자료수집(한정규 등)과 고유제 축문 짓기(김우영), 고유제 집례(김용헌, 정수자, 윤의영, 고영익, 김남옥, 김연희, 황인욱, 구석완), 축문 글씨(김애자), 대양신지주 위패제작(김충영), 사진 기록(이용창), 행사준비·진행(최호운, 유성재, 김해자, 강희수, 한명숙, 김미래) 등 모든 과정을 화성연구회 회원들이 도맡았을 정도의 역량을 지녔다.
화성연구회는 역사학자는 물론이고, 시인, 언론인, 건축가, 교수, 민속 전문가, 서예가, 사진가, 화가, 여행전문가, 도시계획 전문가, 농학자, 공학자, 연극인, 무예인, 국가유산 해설사, 사업가 등 각계의 전문가들 뿐 아니라 화성을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시민들이 모인 단체다. 무슨 일이든지 척척 해낸다.
게다가 회원들 간의 정도 끈끈하다. 끝없는 배움과 동락(同樂)의 즐거움을 아는 이들이 똘똘 뭉쳐 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조대왕함 고유제의 피로가 풀리거든, 날씨가 풀리거든 한번 뭉칩시다. 화성연구회 벗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