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권에 롯데·현대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가 잇따라 입성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미 포화상태인 지역 유통업계에 공급과잉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고사 위기에 놓인 재래시장과 소규모 동네 상권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확산 되면서 유통업계에 ‘대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재래시장 활성화에 수백억 원을 투자해 얻은 결과가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자체와 지역 정치인이 규제 법안 제정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롯데 백화점 입점 업계 ‘지각변동’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광교신도시의 업무·유통 복합단지 '파워센터'에 현대백화점(광교점)이 입점할 예정이다. 광교점은 지상 9층(전체면적 9만 2천~9만 7천㎡) 규모로 수원과 용인지역의 접근이 쉬운 42번 국도변에 건립되며, 광교신도시 입주가 완료되는 2013년 문을 연다. 예정대로 건립되면 수원권에서 가장 큰 규모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5일 파워센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자로 선정된 산업은행·대우건설 컨소시엄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지분 2%를 확보, 입성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현대백화점은 이 광교점 진출을 계기로 수도권 남부상권 공략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원, 용인, 동탄 등 수원권 내 유통업계의 상권경쟁과 함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기존 수원권 내 기존 백화점 4곳과 대형상점 20여곳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큰데다 현대백화점과 롯데쇼핑의 복합쇼핑몰 등 잇따라 대형유통업체가 입점하기 때문이다.
‘명품’을 지향하는 광교신도시 내 8만여 명(3만 1천 세대)에 달하는 유입인구만으로도 상권 규모가 큰데다, 앞으로 서울과 동탄, 용인을 잇는 요충지에 현대백화점이 입점한다. 또 수원역 뒤 KCC 부지(전체면적 31만㎡)에 롯데 쇼핑이 백화점·대형상점·영화관, 테마공원 등이 어우러진 복합쇼핑몰이 들어선다. 롯데쇼핑은 이미 지난해 11월 KCC와 최대 30년 연장의 장기 임대계약을 마친 상태다.
▲과포화 유통업계 ‘급체 현상’
한 백화점 관계자는 “그동안 수원권의 양대상권을 형성했던 갤러리아 수원점과 애경백화점 수원역사점의 입지 축소가 불가피하다”면서 “동탄과 택지개발지구에 들어설 유통업체까지 포함하면 문을 닫아야 할 업체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인구 20~30만 명당 하나꼴인 백화점과 10~15만 명당 대형 할인점 한 곳이 적정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려하면 인구 108만 명의 수원시와 용인과 동탄 등 일부 주변지역 50만 명을 포함하더라도 이미 적정수준을 넘어 과포화 상태다.
유통업계는 오는 2013년이면 백화점이 3곳 늘어나고, 대형상점도 적어도 5군데는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광교, 동탄, 동동탄, 호매실 등 대규모 택지가 개발되는 곳을 중심으로 유통업체가 이미 물밑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구 유입이 많은 수원 남부권의 상권 선점을 위해 대형 유통업체들이 몰리면서 지역 상권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이미 지난 2003년 애경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수원지역 최대 상권인 팔달문 인근 남문상권이 쇠퇴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고, 소규모 동네슈퍼마켓 등의 폐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문상권은 현재 남문 로데오 거리와 공구상점까지 포함하면 1천여 점포가 남아 있지만, 당시와 비교하면 절반가량 줄어든 규모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경기남부지사 한 관계자는 “인근에 유통업체가 들어서면 주변지역 슈퍼나 재래시장은 거의 전멸된다”면서 “앞으로 지역 내 유통업과 관련된 소규모 상점이 문 닫을 일만 남았다”고 역설했다.
▲’말로만’ 지역경제 살리는 지역 정치인 직접 나서라.
유통업계의 과포화 현상이 지역 상권의 붕괴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정작 재래시장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약속했던 지자체와 지역 정치인들은 태무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점포의 경우 등록업인 만큼 입점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어 시장의 경쟁력 강화 등의 원론적인 접근 외에 뾰족한 묘안이 없는 상황이다.
팔달문 시장 상인회 조정호 회장은 “재래시장 살려준다기에 국회의원으로 뽑아줬는데 해 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대형 유통업체 난립을 막을 수 있는 규제 법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인들은 지역 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들먹이던 지역경제 활성화 ‘반짝 이벤트’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각오다. 업계 한 전문가는 “재래시장이 문을 닫으면 그동안 시설현대화 사업과 재래시장 활성화에 투입된 수백억 원의 혈세가 낭비되는 셈”이라며 “지자체와 지역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상인들은 반대 움직임도 구체화 시키고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대규모 유통시설을 입점하려 했지만, 지역 재래시장 상인들과 상공회의소 유통협의회에서 반대에 부딪혀 사업을 포기한 사례를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