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보첼리·조수미·정명훈 수원 공연, 그게 벌써 25년 전이다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수원역 롯데 시네마 영화표를 예매해 놓았으니 함께 보러가자는 연락이 왔다. ‘영화광’ ㄱ이다. 역시 영화라면 사족을 못 쓰는 ㅈ도 함께 간다고 했다. 이 사람들은 특히 예술영화 마니아로서 수원은 물론 분당, 안양, 서울까지 갈 정도로 영화에 진심이다.

나는 영화광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좋은 영화가 들어오면 혼자서라도 보려고 노력한다.

이번에 본 영화는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Andrea Bocelli 30: The Celebration’)다.

지난해 보첼리의 고향 이탈리아 토스카나 피사 지방의 작은 마을 라야티코에 위치한 침묵의 극장에서 3일간 진행된 콘서트 공연실황을 담은 151분 분량의 영화다.

라야티코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열린 안드레아 보첼리 데뷔 30주년 기념 특별 공연에서는 보첼리가 부른 명곡들과 함께, 플라시도 도밍고, 에드 시런, 윌 스미스, 조니 뎁, 샤니아 트웨인, 소피아 카슨, 랑랑 등 세계적으로 쟁쟁한 음악가들이 출연, 화려한 무대를 만들었다. 감독은 에미상을 수상한 샘 렌치가 맡았다.

비록 영화지만 압도적인 현장감과 영상미, 무대 연출이 기막히게 조화롭다. “대형 스크린과 음향 시스템을 통해 전달되는 섬세한 영상과 풍성한 사운드는 마치 이탈리아 현지 공연장을 찾은 듯 생생하다”(2월 6일, 문화뉴스)라는 평가 그대로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국민 가수’로서 클래식과 팝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펼치고 있어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아티스트다. 12살 때 축구를 하다 머리에 충격을 받아 시력을 완전히 잃었지만 점자책으로 법학을 공부해 피사대학교, 법과대학원에 진학,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1994년 산레모 음악제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대표곡 중에는 사라 브라이트만과 듀엣으로 부른 ‘Con te partirò’(Time to Say Goodbye)와, ‘Mai più così lontano’(never again so far away)등이 있다.

2000년 수원 제1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제1회 수원국제음악제에서 조수미와 보첼리, 정명훈(왼쪽부터)이 공연하고 있다. (사진=이용창 사단법인 화성연구회 이사)
2000년 수원 제1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제1회 수원국제음악제에서 조수미와 보첼리, 정명훈(왼쪽부터)이 공연하고 있다. (사진=이용창 사단법인 화성연구회 이사)

나는 보첼리를 만난 적이 있다. 2000년 5월 수원 제1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제1회 수원국제음악제'를 취재하기 위한 자리였다. (사진도 함께 찍었던 것 같은데 찾지 못했다. 지금도 정리하는 버릇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입장료는 당시로서는 높은 가격인 7만원, 5만원, 3만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무려 1만5000명의 관객이 공연장에 입장했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신이 내린 목소리’란 평가를 받는 세계 정상의 성악가 조수미와도 듀엣으로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뤄 청중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이 때 보첼리가 조수미·정명훈과 함께 남긴 손바닥 석고와 사인은 지금도 수원 제1야외음악당에 남아 있다.

당시 다소 경직됐던 그의 표정과 몸짓은 여유롭고 유연해졌지만, 검은 머리는 성성한 백발이 됐다. 그보다 한 살 더 먹은 나 역시 그렇다.

나와 같은 신문사에서 일하기도 했었던 후배 기자는 2011년 9월 신문에 ‘심재덕과 보첼리, 그리고 문화도시’라는 칼럼을 통해 당시를 회고했다.

‘2000년...(전략)...공연장인 야외음악당으로 향하는 모든 소음이 차단됐다. 통신사의 협조로 호출기(일명 삐삐)가 먹통이 됐다. 공군은 공연 2시간동안 모든 비행을 중단시켰다. 1만 5000석 규모의 공연장이 방음벽으로 뒤덮인 건 물론이다. ‘보기 어려운 가수’를 위한 ‘보기 드문 준비’였다.

그 중심에 심재덕 시장이 있었다. 그의 재임 시절, 수원은 ‘문화도시’였고 그는 ‘문화시장’이었다. ‘2000년 공연’은 그런 수원의 명성에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7년 뒤인 2007년.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국회의원이 된 심재덕을 만났다. 수원에서의 공연을 마친 뒤풀이 연회에서였다. “시장님, 보고 싶었어요”라며 조 씨가 심 시장을 포옹했다. “난 이제 시장이 아닌데…”라며 심 시장이 웃었다. 조 씨의 대답이 이랬다. “우리한테는 영원한 시장님이세요. 문화도시 수원, 문화시장님.” 그때 수원은 문화도시였다. 보첼리, 조수미, 정명훈이 다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후략)...’

안드레아 보첼리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는 심재덕 시장.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안드레아 보첼리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는 심재덕 시장.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안드레아 보첼리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특히 ‘Time to Say Goodbye’를 들을 때 그와의 추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의 영결식장에서 울려 퍼졌던 노래... ‘그’는 심재덕 시장이다.

허 참, 보첼리가 수원에 다녀간 지 어느덧 25년이나 된다. 심 시장이 가신지도 벌써 16년이 지났다.

나도 내년이면 칠순이다. ‘Time to Say Goodbye’, 그래서 이 노래가 더욱 가슴에 다가온다.

안드레아 보첼리 영화 포스터. (사진=롯데시네마)
안드레아 보첼리 영화 포스터. (사진=롯데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