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수원 詩, 수원 詩人'(47)] 성백원 '삼겹살'

김준기 수원시인협회 회장

 

삼겹살

                         성 백 원

 

다낭 뒤풀이 우리 집에서 합니다

워매, 뭔 지랄한다고 집으로 오래냐

여보슈, 핵교 가차운 데 암데서나 하지

우리 집으로 오라는 건 뭐당가

뭐라 씨부려 쌌노

성대 앞 삼겹살집으로 오라는 거 아이가 그랬다

국산은 아니라도 싼 맛에 뒷굽이 닳던 그 집

그 삼겹살집 이름이 우리 집이란다

고깃덩어리 일곱 쪽에 만원

소주 한 병에 삼천 원

셋이서 이만 원이면 밥 한 그릇까장

잘잘 흐르는 도야지 기름에

김치 볶아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그 집

불판에서 튀는 것은 기름뿐이 아니었지

저범을 들고 기다리는 술꾼들의 눈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붉은 살점들

기세 좋게 비우는 소주잔이 거듭될수록

길 건너 무제한 노래방 문짝은 바람에 흔들리고

기어이 낮술 몇 잔이 밤공기를 데워주던

지친 하루의 노동이 허벌나게 그리운 그 집

그 집으로

긴 장마에 지쳐 고단한 신발짝을 끄는

흐릿한 눈빛의 그대

그대의 식어가는 삶을 초대합니다

 

그냥 밤밭이었다. 왠지 율전동이라는 행정동명보다 밤밭이라는 속지명이 더 정겨운 동네였다. 길 건너 천천동 쪽으로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캠퍼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그야말로 상전벽해,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된 게 아니라 밤밭과 두부 공장들이 고층 아파트 단지로 변한 동네이다. 그 동네 어디인가에 ‘우리집’이라는 식당이 있나보다.

마치 한 편의 콩트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줄거리에서 삶의 애환과 그 애환 속에 따뜻한 정감을 만나는 시이다. 대학교가 들어서고 상주 주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상권도 형성되었다. 당연히 식당들도 문을 열었다. 그 식당 중에 상호가 ‘우리집’이라는 식당이 있단다.

‘다낭 뒤풀이 우리 집에서 합니다/워매, 뭔 지랄한다고 집으로 오래냐/여보슈, 핵교 가차운 데 암데서나 하지/우리 집으로 오라는 건 뭐당가/뭐라 씨부려 쌌노/성대 앞 삼겹살집으로 오라는 거 아이가 그랬다’ 

대학교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몇몇이 짬을 내어 베트남의 다낭을 다녀왔단다. 그 뒤풀이를 하는 식당의 상호가 ‘우리집’이어서 빚어지는 촌극으로 시가 시작된다. 사투리를 보면 고향이 제각각이고 수원 토박이들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일자리를 찾아 흘러들어온 서민들이다. 

그들에게는 몇 푼 안 되는 돈으로나마 실컷 게다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가장 좋은 식당이다. ‘국산은 아니라도 싼 맛에 뒷굽이 닳던 그 집/그 삼겹살집 이름이 우리 집이란다/고깃덩어리 일곱 쪽에 만원/소주 한 병에 삼천 원/셋이서 이만 원이면 밥 한 그릇까장/잘잘 흐르는 도야지 기름에/김치 볶아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그 집’ 요즘 물가에 흔치 않은 식당이다. 

‘불판에서 튀는 것은 기름뿐이 아니었지/저범을 들고 기다리는 술꾼들의 눈 속에서/활활 타오르는 붉은 살점들’이라고 했다. 이어 ‘기어이 낮술 몇 잔이 밤공기를 데워주던/지친 하루의 노동이 허벌나게 그리운 그 집’이다. 삼겹살을 굽는 뜨거운 불 속에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열정이 있다. 노동에 지친 하루의 위안이 있다. ‘긴 장마에 지쳐 고단한 신발짝을 끄는/흐릿한 눈빛의 그대’일지라도 든든한 한 끼의 밥이 다시 일어나 설 수 있는 힘이 되는 집. 그런 공간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깊은 실뿌리들이 튼튼해진다.

중학교 국사 선생님으로 교편을 잡다가 퇴직 후 그 누구보다도 건강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던 성백원 시인이다. 시인은 잠시 얻은 지병을 치료하고 다시 힘을 키우기 위해 충청도에서 칩거 중이다. 성균관 대학교로 가는 길목 구운동 집으로 다시 건강하게 돌아올 것을 나는 안다. 그래야 탑동 치킨집이 되었든 남문 뒷골목 선술집이 되었든. 참, 아니지. 시 속에 등장하는 ‘우리집’에서 삽겹살 한 판 구워놓고 한 잔. 뭐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곁안주 삼아. 

 

 

성백원 시인

1996년 『문예한국』으로 등단

시집 『내일을 위한 변명』

     『형님 바람꽃 졌지요』

     『아름다운 고집』

     『싼티 입고 가는 길』 등

경기문학상 외 수상

오산문인협회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