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287)] '그냥 논다'

정준성 주필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청년 실업 문제는 세계 공통이다. 

이를 반영 하듯 지난해 중국에서 ‘란웨이와(爛尾娃)’란 신조어가 유행했다. 

‘썩은 꼬리를 가진 아이’라는 의미로 '고학력 백수'를 이르는 말이다. 

고등교육을 받았는데도 끝 무렵이 좋지 않음을 뜻한다. 

‘짓다 만 아파트’ 즉 ‘란웨이러우(爛尾樓)’에서 유래했다.

2년전엔 '탕핑족(躺平族)'이 회자됐다. 

취직, 결혼을 포기한 채 무기력하게 지내는 청년들을 빗댄 용어다.  

‘납작하게 눕는다’는 의미처럼 이들은 길바닥 아무 곳에나 드러눕는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붙여졌다. 

일을 해도 그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중국 사회에 대한 자조적 행동이라 해서 반향도 불러왔다. 

그런가 하면 '부궁쭤(不工作: 일 안 하기)' '컹라오(啃老:부모 뜯어먹기)'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른바 폄하된 '전업 자녀들'의 다른 이름이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월급을 받아 한 달에 다 써 버린다 해서 붙여진 ‘월광족(月光族)’. 또 취업 포기자를 지칭하는 ‘만주예(慢就業)' 결혼을 망설이고 두려워한다는 ‘쿵훈주(恐婚族)’도있다.

이들을 중국판 7포 세대라 부른다.

한해 1400만명에 달하는 대학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면서 '대졸백수'가 늘어난 탓이다. 

'먼나라 이웃나라' 얘기 같지만 우리의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에 버금갈 정도로 청년실업이 심각해서다. 

지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고용률 하락세가 가파르다.

'그냥 논다'는 청년인구가 50만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년층의 일자리 미스매칭이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층 뿐만 아니다.  

'박사'들마저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며 10명중 3명이 '백수' 신세다. 

지난해 박사 학위 취득자 1만442명중 29.6%가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됐다. 

통계청이 2014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특히 30세 미만 청년층 박사들의 구직 어려움이 많았다. 

여성들은 더했다. 지난해 여성 박사 4154명 가운데 무직자가 33.1%로 나타나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불황의 터널' 속에 갇힌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 속에 취업 훈풍이 불 그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