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시절 위헌 법률을 심사하던 헌법위원회는 '개점휴업'상태나 마찬가지였다.
1972년 이후 위헌 법률심판 자체가 단 한 건도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같은 기능을 하는 헌법재판소가 새로 설치됐으나 재판관들 위상 또한 그리 높지 않았다.
퇴물들만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도 생겨 더 그랬다.
이로인해 대법원의 위상에 비해 낮은 인지도로 헌법재판소는 사실상 유명무실화될 뻔한 상황에 처한 적도 있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헌재의 '흑역사' 중 하나다.
헌법재판소는 제9차 헌법 개정으로 1988년에 설치됐다.
이른바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셈이다.
법원과 함께 대한민국 사법부의 양대 축으로 헌법 재판을 전담하는 최고 법원으로 거듭 났다.
헌법재판소의 역할은 위헌법률과 탄핵, 정당해산, 권한쟁의, 헌법소원 등의 심판이다.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며 그 중 한명이 소장으로 임명된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헌법상 분리된 직위인 것과는 사뭇 다른 체계다.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정년은 만 70세다. 법원과 달리 단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존재는 대법원 감시, 견제 기능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민 권익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
사법부 최대 기관인 대법원의 견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그 과정에서 국민 의사가 간접적으로나마 반영되고 있어서다.
사회적 민감 사항에 대해선 특히 그렇다.
과거 헌법위원회와 비교해 막강한 권한을 깆게 된 연유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고도의 '정치적 결사체' 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적 상황과 국민 여론을 고려한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보수 진보성향의 재판관 추천제도도 한몫하고 있다.
그리고 워낙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헌 법률심판을 하는 까닭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불복신청은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 선고는 개방적이다. 여태까지 5차례 생중계를 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특별조치법 위헌심판, BBK 특별검사법 위헌심판, 통합진보당 해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이다.
헌법재판소 영내에 천연기념물 제8호인 재동 백송이 있다. 헌법재판소가 백송을 품은 이유는 이렇다고 한다.
겉에 있는 흉한 껍질이 떨어져 나가면서 순수한 하얀 빛 나무가 된 백송처럼 원래 취지에 맞지 않게 변질되어버린 법을 헌법의 취지에 맞는 올바른 형태로 되돌리자는 뜻이 담겨 있다.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심판해야 한다는 의미일 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 관심이 온통 헌법재판소에 쏠려 있다. 그리고 시간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