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통구청 옆 매탄 4지구 상가 지역 첫 번째 골목을 들어가면 하얀 바탕에 큼지막한 글씨로 쓴 ‘한국 순대국’의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암순대, 병천순대 등 이름난 순대의 경우 대개 특정지명을 붙인다.
하지만 ‘한국 순대국’은 다르다. 사장 최신(48), 박상욱(41) 부부가 청계 부근에서 4~5년 전 ‘한국 순대국’을 시작해 3개월 전 지금 이곳에 개업했다. 독창적이고 전통적인 재료와 양념, 제조기법으로 맛을 내고 명성을 쌓아 오늘에 이른 것이다.
‘한국 순대국’은 1, 2층 복층으로 넓은 천장이 시야를 탁 트이게 하는 구조다. 원목의 느낌을 살린 실내장식이 시원한 느낌을 줘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잘 어울린다. 1, 2층 모두 테이블이 12개씩 24개 있지만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 개업 3개월 만에 순댓국으로 매탄동 접수
맛집 역사상 개업 3개월 만에 입소문 난 집은 드물다. 다 이유가 있다. ‘한국 순대국’은 서울 양재동에서 한국 전통 순대로 50여년간 장사를 해 성공을 한 사장 부부의 집안 형님에게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
50년 내려온 깊은맛이 각양각색인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개업 3개월 만에 맛 집 명소로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전국에 양재, 수지, 부천 등 수도권에만 총 6개의 ‘한국 순대국’ 집이 그 지역 맛 집으로 자리를 잡고 성업 중이다. 체인점은 아니다.
최 사장은 “체인점은 모든 음식재료와 물품 등을 본사에서 공수하지만, 저희는 직접 재료를 고르고, 저희가 직접 순대를 만들어, 육수를 우려내 직접 조리합니다”라고 강조했다.
12시 점심때가 되기 전부터 홀은 순댓국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꽉 찼다. 손님들은 하나같이 순댓국 맛을 칭찬하기 주저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김재식 차장은 “일단 양이 많고요, 국물이 정말 진해요”며 칭찬했다.
신선한 돼지고기와 순대 창자를 서울 마장동 시장에서 매일 실어 나르고 수원 농수산물 시장에서 그날그날 엄선한 채소를 매일 사온다. 24시간을 영업하기 때문에 손님 맞으랴 재료 준비하랴 숨 쉴 틈이 없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식탁에 놓인 새우젓과 김치, 깍두기까지 직접 담그거나 국내산만 고집한다.

순댓국은 서민 음식으로 사랑받지만, 돼지고기와 순대, 머리 고기에서 나는 특유의 누린내로 꺼리거나 아예 입에도 대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매탄동 ‘한국 순대국’ 집이 3개월 만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입맛뿐 아닌 코까지 접수했기 때문이다.
직장인 윤순미 씨는 “돼지 냄새가 없어서 좋아요. 자칫하면 정말 입맛 떨어지는데 여긴 그냥 맛있는 냄새만 나거든요”라고 말했다.
돼지 냄새를 없앤 노하우에 대해 최 사장의 비결은 뜻밖에 간단하다.
“돼지에 붙은 비계를 최대한 일일이 떼어내면 됩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그럼 국물에도 기름기가 쫙 빠져요.”
“굳이 하나 더하자면 순대도 신선함이 생명입니다. 신선한 순대는 냄새도 없고 맛있지만, 냉장고에 오래 묵힌 순대는 두 번 세 번 삶게 되고 묵히면 바로 냄새가 나요.”
최 사장은 음식장사의 정도라며 겸손해한다.
순대는 이틀에 한 번 직접 주방에서 제조하는 데 한 번에 만드는 분량이 80~100㎏ 정도 된다. 그날 잡은 신선한 돼지고기와 머리 고기와 채소로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든 순대는 오직 하루만 냉장고에서 숙성 과정을 거친 후 아침에 삶아 그날그날 판매한다.
최 사장은 “금방 만든 순대를 바로 삶아 먹으면 부드러운 맛이 나지만 하루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하면 깊은맛이 납니다”라고 말했다.
● 24시간 고아낸 콜라겐 탕의 깊은맛
고기와 순대도 중요하지만, 순댓국에는 국물도 생명이다. ‘한국 순대국’에서 특히 자신하는 것도 순댓국의 국물인데 돼지 사골을 24시간 우려 낸 뽀얀 육수로 진한 영양이 담겨 있다. 한 달 가스 요금만 300만원이 나온다. 국물을 달여내는데 어느 정도 가스가 소비될까 추산을 할 수 없는데도 쉽게 이해가 안 가는 금액이다.
삼성전자 신경은 씨는 “머리 고기가 정말 야들야들해서 놀라요. 한참 먹다 보면 돼지고기인데 국물에 떠 있는 기름이 하나도 없어서 더 놀라요”라고 말했다.
보통 돼지기름은 차갑게 식어 굳으면 딱딱한 기름 덩어리가 되지만 기름을 모두 걷어내고 콜라겐과 칼슘만 남은 한국 순댓국의 육수는 차갑게 식으면 묵처럼 단단해진다. 콜라겐 덩어리가 굳어 찰랑찰랑한 묵처럼 차지게 굳는 것이다. 순댓국에 떠있는 것은 오직 들깨뿐이다.
최 사장은 “콜라겐은 여자분께 특히 좋아요. 돼지고기 칼슘도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 여자분 들게 필수고요. 고기는 남기셔도 되는데 국물은 절대 남기시면 안 돼요”라며 국물의 영양가를 자신했다.

점심때엔 6천원짜리 순댓국 손님이 물밀듯 밀려든다면 저녁엔 술 손님이 많다. 단돈 1만원의 술국은 순댓국에 소주 1병이 나가는데 국물과 고기가 무한정 리필 된다.
부인 박상욱 사장은 “어떻게 국물만 드려요, 당연히 고기도 더 넣어 드려야죠”라며 웃는다. 손님들에 식사 여부를 물은 후 밥도 챙긴다.
“밥을 드셔야 속도 덜 상하고, 무엇보다 부인들한테 늦은 시간에 밥 달라실 순 없잖아요.” 넉넉한 인심을 내보였다.
직접 만든 신선한 순대는 한 접시에 8천원이면 즐길 수 있다. 한국 순대에 빠져 버린 순대 마니아를 위해 삶지 않은 생순대도 판매한다. 업소에서 먹는 것보다 2~3배 많은 양인 생순대 1㎏를 같은 가격에 사서 집에서 직접 삶아 먹을 수 있다. 순대 맛과 품질에 그만큼 자신 있기 때문에 생순대 판매까지 가능한 것이다.
최 사장은 “어떤 음식이든 장 담그듯이 해야 합니다. 오래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석으로 시간을 갖고 꾀나 장난 없이 만들어야 해요. 손님들 입맛은 아주 정직하거든요. 앞으로 평생 그렇게 정직하게 순대를 만들 겁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