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인 입추가 지난 지도 벌써 엿새째다. 두 달여의 여름이 이제 슬슬 꺾여간다. 아직 벼 이삭과 과실을 익게 할 가을 햇볕은 남아 있지만, 숨 막힐 듯한 공기와 강렬한 태양도 이제 곧 안녕을 고할 날이 머지않았다. 그와 함께 지친 여름에 활력소가 되고 연중 바쁜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의 樂, 여름휴가철도 끝나간다. 또 내년 여름휴가를 기다리며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자신의 일에 매진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휴가철에 들로, 산으로, 바다로 너무 무리하게 지내다 돌아와 휴가 후 증세들 이른바 휴가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휴가철, 불타는 여름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고 돌아와 ‘休’보다는 ‘毒’으로 남은 휴가 후 건강 관리법을 알아보자.
● 여름의 제왕 태양은 ‘피부의 적’
직장 동료와 여름휴가 동안 서해안으로 바다낚시를 다녀온 신 모 씨.
배를 빌려 망망대해로 나가 시원한 차림으로 바다낚시를 즐기고 직접 잡은 회를 마음껏 즐겼다. 신 씨는 그날 밤 허벅지가 불에 덴 것 같은 고통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습도 많은 바닷가에서 짧은 반바지와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것이 화근이었다. 신 씨의 허벅지는 빨갛게 가볍고, 따갑고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다음 날 피부과를 찾은 신 씨의 진단은 일광 화상 2도였다.
이처럼 휴가철 뜨거운 태양에 장시간 노출되면 흔히 겪는 일광 화상은 자칫 무방비 상태로 방치됐다가는 피부를 크게 손상시킨다. 심한 경우 물집이 생겨 무리하게 물집을 터트리면 2차 간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아주대학병원 피부과 이중선 박사는 “먼저 빨갛게 부은 부위에 얼음으로 마사지하거나 찬물로 샤워해 피부를 진정시킨다. 물집이 생길 정도로 화상을 입었다면 터트리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가 멸균 소독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신 씨는 매일 저녁 얼음으로 허벅지를 마사지하고 2~3개의 오이를 얇게 썰어 올려놓고 화기를 뺐다. 내년 여름에는 선크림과 긴 팔, 긴 바지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 몸의 밤과 낮은 되돌려라!
5일간의 휴가와 앞뒤 주말을 껴서 총 9일의 휴가를 즐긴 직장인 윤희영 씨.
휴가 내내 좋아하는 외국 드라마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시청했다. 첫날 출근 부담감 없이 밤늦도록 드라마를 보며 새벽 3시를 넘겼다. 다음 날 정오가 넘어 일어난 윤 씨의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은 날로 늦춰지더니 마지막 날에는 새벽 5~6시에 잠들어 겨우 2시간을 자고 출근했다. 휴가가 끝난 지 1주일이 지나도록 매일 밤잠 못 자고 낮에 조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스포츠 의학 한현수 박사는 “낮에는 깨고 밤에는 잠드는 것은 우리 몸을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휴가철 불규칙한 생활은 우리 몸의 리듬을 깰 수 있다. 휴가철에도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평소 습관을 지키도록 하라”고 말했다.
한 박사는 “낮과 밤이 바뀌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낮잠을 하루만 견디고 저녁 무렵 땀에 촉촉하게 젖을 만큼의 운동을 하고, 샤워 후 데운 우유를 마시고 잠을 청하라”고 조언했다.
● 휴가 후 무기력함
초등학교 동창 5명과 휴가기간 3박 4일 동안 강원도 일대를 돌아보고 온 직장인 이민구 씨.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바다에서 수영 시합도 하고 산을 타며 즐겁게 보냈다. 헤어지는 마지막 날은 오랫동안 못 보는 서운함에 밤새 술을 마시며 휴가를 보냈다. 하지만, 이 씨는 휴가를 끝내고 출근한 날 오히려 며칠 쉬고 온 것이 아니라 밤새 야근이라도 한 것처럼 피곤하고 온몸의 근육통과 무기력함에 시달렸다. 이는 휴가철 후유증으로 휴가 전보다 피로를 더욱 심하게 느끼는 월요병과 비슷한 이치다.
맑은 머리 맑은 몸 한의원 양희정 원장은 “휴가에 너무 빠져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것은 건강을 해치고 휴가가 끝난 후에 피로감을 가중시킨다. 특히 휴가 마지막 날은 다음날 출근을 생각해 과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휴가는 일상과 업무, 더위에 지친 몸을 쉬게 해주는 것을 주목적으로 잘 놀기보다는 잘 쉬어야 한다. 알차고 여유 있는 계획으로 적당히 놀고 잘 쉬어야 휴가 후 찾아오는 불면증, 일광 화상을 비롯한 여러 가지 휴가 후유증이 없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양 원장은 “휴가철 후유증과 직장인의 만성피로가 가중돼 잦은 스트레스와 짜증으로 이어져 우울증, 불안감, 어지럼 등의 신경계 이상 증상, 면역체계 손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고 전했다.
또한, 이렇게 6개월 이상 해소되지 않는 피로와 기억력 감퇴는 만성피로 증후군이라는 질병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