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란’
생전의 김수환 추기경이 “삶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종종 내놓은 대답이다.
그리고 강론을 하며 “삶은 거창하지도, 멀리 있지도 않다. 계란처럼 작고 가까이 있다. 그러니 즐기고 행복하고 사랑하라”고 설파했다고 해서 지금까지 회자된다.
계란은 식재료지만 이처럼 삶과 연계시켜도 절묘하게 어울린다.
언제나 소소한 즐거움을 주며 우리 생활 속 먹거리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50∼60년 전, 손님이 오거나 생일, 제사 등 특별한 날이 아니면 밥상에 오르지 않는 귀하신 몸이었다.
60∼70년대까지 달걀은 닭고기, 돼지고기, 찹쌀과 함께 설 선물 4대 인기 품목이었다.
기차여행의 백미로서, 학교 소풍과 운동회 때 누린 호사도 단연 '삶은 계란'이었다.
이후 도시락마저 점령, 영양보충의 총아가 됐고 지금은 우리 음식 재료의 ‘지존’ 자리에 올라 있다.
이런 계란은 달걀과 같은 말이다. 한자어와 순우리말의 차이일 뿐이다.
이 중 우리는 ‘닭의 알’의 준말 달걀을 표준어로 쓴다.
물론 계란도 달걀의 동의어로 복수표준어에 올라 있다.
달걀같은 완전식품도 드물다.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서다.
거기다 값도 싸다. 하지만 워낙 우리 식단에 미치는 영향이 커 가격등락에 예민하다.
하루 평균 국내 계란 생산량은 약 5194만개다.
지난해와 비교해 11% 늘어났으며 1인 연간 소비량 300개 시대를 넘었다.
국민 영양식의 보고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계란 가격이 최근 요동치고 있다.
한달새 가격이 10%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거기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매달 1억개 분량의 계란수출 요청도 한몫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퍼지기 시작한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
공급도 절대 부족이다.
트럼프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관세전쟁을 치르는 멕시코 캐나다 폴란드 프랑스에도 손을 벌리고 있다.
견란구계(見卵求鷄), 계란을 보고 닭을 찾는다는 의미다. 일의 순서를 무시하고 성급하게 덤빈다고 할 때 쓰인다.
기세좋게 펼치던 '묻지마' 관제전쟁 속 트럼프 대통령의 굴욕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