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또다시 재생의 시간이 도래했다.
햇빛도 화사함으로 연둣빛 새순과 목련꽃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진다.
때로는 촉촉이 내리는 봄비가 정겨운 흙냄새를 풍기게 한다.
며칠 전만 해도 죽은 나뭇가지처럼 보였던 능수버들엔 벌써 연한 새순이 푸르다.
남도 매화소식도 이젠 뉴스가 아니다.
어느 틈엔가 성큼 북상한 홍매들이 우리 곁에 있어서다.
바야흐로 봄이 왔다는 소리다. 더 보탤 말도 더 뺄 말도 없다.
하지만 시절은 이러한데, 여럿 '광풍(狂風)' 이 전국을 휩쓸며 국민 마음을 시리게 하고 있다.
역대급 화마가 덮친 영남지역을 봐도 그렇다.
탄핵정국에 함몰돼 진영 싸움이 가관인 정치권을 보면 더 그렇다.
지금까지 사회에 큰 혼란과 갈등을 만들고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후안무치(厚顔無恥)가 봄을 다시 겨울로 돌려놓는 형국이다.
그래서 내란의 겨울을 물리치고 새싹들처럼 파릇파릇 희망을 노래하며 찬란한 봄을 맞이하고 싶은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도 아직 동토(冬土) 속에 묻혀 있다.
혼돈상태가 따로 없다. 민심도 흉흉(洶洶)하다. 민생경제가 무너져 더하다.
모두가 각자도생(各自圖生) 제 살길만 찾는다.
공존·공생·공화·공영의 ‘함께 공(共)’이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겹도록 남 탓만 한다.
덩달아 민주정치의 핵심이자 권력 견제 시스템인 '삼권분립'마저 흔들리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선현들은 봄이 덧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했다.
벚꽃은 며칠동안만 필 것이고 시원한 산들바람과 화창한 봄날은 머지않아 여름에 속절없이 그 자리를 내줄 것이다.
세상 이치가 이러한데 정치는 맨날 그 모양 그 꼴이다.
봄이 선사하는 기쁨에 흠뻑 취하다보면 이 암울한 시절도 갈까? 유추해보지만 난감 (難堪) 그 자체다.
세상에는 하지 말아야 할 금기(禁忌)가 있고 넘지 말아야 할 금단(禁斷)이 있다.
정치판은 여기서도 예외다.
가족 간에도 정치 이야기는 꺼내지 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밀려온 정치 광풍으로 일상을 잃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새 달이 시작됐지만 대통령 탄핵선고는 하세월이고 판결은 오리무중이다.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나. 가슴이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