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290)] 아낌없이 주는 나무

정준성 주필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단일 생명체는 무엇일까? 

인간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 식물 바로 '나무'다.  

그 중 미국의 '제너럴 셔먼' 이라는 거삼나무는 높이가 무려 83.8m에 달한다. 

무게는 1385톤에서 6167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 유타주엔 '판도'(Pando)라는 북미사시나무 군락이 있다. 

면적만 43헥타르다. 그 숲에는 사시나무 4만여 그루가 있는데 뿌리가 모두 이어져 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유전자가 전부 동일한 하나의 개체라는 사실이다. 

수령이 8만년 정도로 동식물 통틀어서 가장 오래 산 기록을 보유중이다. 

참고로 지구상에서 확인된 가장 오래된 나무 화석은 3억8천만년 전의 것이다.

'나무탄생'의 유구함을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수령으로만 보면 천연기념물 제433호 '정선 두위봉 주목'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곳엔 세 그루가 세트로 자라고 있는데, 가운데 있는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수령은 약 1400년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령보다 다양한 수종을 보유한 나라로 더 유명하다.

유럽과 북미주 등은 신생대에 들어와서 적어도 네 번의 빙하작용을 받아 많은 수종이 절멸하였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한 작용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면적이 좁지만 풍부한 수종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유다. 

덕분에 우리는 어느 민족보다도 나무에 얽힌 사연들도 많다. 

전해 내려오는 나무 인연도 수없이 많다. 

일례를 들면 이렇다. 집안에, 자귀나무를 심어놓으면 부부간의 애정이 더해진다. 

엄나무는 나쁜 귀신을 물리친다. 석류나무를 심으면 자손이 많다. 등등 식목(植木)원칙도 그중 하나다.

‘사람과 나무’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는 실생활에서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사용하는 나무의 양만 봐도 그렇다. 

사람은 평생 55㎥의 나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생산하기 위해선 500그루의 나무가 필요하다고 한다. 

태어나자마자 사용하는 1회용 기저귀부터 죽어 관에 들어가 묻힐 때까지 평생 나무에 의존하고 사는 게 인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예부터 나무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했다.

 또 나무를 보고 수많은 글자도 만들어 냈다. 

대표적인 것이 나무 목(木)자다. 뿌리와 줄기의 형태를 본뜬 글자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로 가지를 펼친 모양, 거기에 가로줄(一)을 그으면 근본 본(本)이 된다. 

나무의 근본이 뿌리라는 의미다. 

가로줄을 가지에 짧게 그으면 아직 열매를 맺지 않았다는 뜻의 아닐 미(未), 길게 그으면 가지 꼭대기라는 뜻의 끝 말(末)이 된다.

또 다른 한자로 나무 수(樹)가 있다. 목(木)이 죽은 나무까지 포함하는 개념인 데 비해 수(樹)는 살아 있는 나무를 가르킨다. 

나무의 액체를 수액(樹液), 나이를 수령(樹齡)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가 하면 나무 목(木)이 둘 모이면 수풀 림(林), 셋이 모이면 수풀 삼(森)이다. 

많은 나무가 늘어선 모습이어서 숲을 삼림이라고 한다. 

우주의 모든 현상을 의미하는 삼라만상(森羅萬象)도 여기서 유래했다. 

휴식을 뜻하는 한자어 휴(休)도 있다. 인(人)과 나무 목(木)이 결합된 글자다. 

나무의 유익함을 설파한 말이 동서고금 다르지 않는 것도 나무와 인간과의 관계에서 비롯됨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 속에는 '희망'도 담겨있어 더 그렇다.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를 재론치 않아도 말이다. 

오늘은 한식이자 식목일. 정호승 시인이 쓴 참회라는 시 구절이 생각난다. 

“나 이 세상에 태어나/지금까지 나무 한 그루 심은 적 없으니/죽어서 새가 되어도/나뭇가지에 앉아 쉴 수 없으리.” 

오늘 하루만이라도 나무를 닮아가는 연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