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수원에서 꽃구경 합시다”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지난 3월 말 며칠 간 날씨가 참으로 요란스러웠다. 마치 초여름 날 같이 영상 25도를 기록하더니 영하 3도로 뚝 떨어졌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앉은 ㅇ형과 어수선한 시국의 나라를 우려하며, 미쳐 날뛰듯 번지고 있는 경북지역의 산불을 걱정하며 대포 한잔 했다.

그러다가 문득 아산 현충사로 가서 구국의 성웅 이순신 장군을 뵙고 이 나라와 백성을 지켜달라며 절이라도 하자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가는 김에 그 유명하다는 생가 앞 홍매화도 보기로 했다.

그런데 길을 나서기로 한 토요일 오전엔 눈보라가 몰아쳐 우리의 발길을 막았다.

온 나라가 정신이 없던 와중이었고 날씨마저 그랬지만 그래도 봄은 왔다. 꽃이 피었다. 산수유와 매화, 목련, 개나리에 이어 라일락, 벚꽃들도 곳곳에서 제 모양과 향기를 자랑하고 있다.

팔달산에 만개한 벚꽃과 개나리꽃. (사진=김우영)
팔달산에 만개한 벚꽃과 개나리꽃. (사진=김우영)

이젠 꽃잎이 거의 져 버렸지만 방화수류정 위 언덕에 있는 매화나무 꽃밭에 자주 갔었다. 매화의 청향(淸香)이 좋았기 때문이다. 몇 그루 되지는 않지만 홍매, 백매, 청매가 골고루 어우러져 있다.

세상사 어지러운 일들을 모두 씻어내는 듯 맑은 향기를 맡으면 행복했다.

일찍 피는 봄 꽃 가운데 목련과 매화 등은 때가 지나갔고 지금 수원곳곳에서는 벚꽃과 진달래꽃, 라일락 꽃잔치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가 끝났으므로 이제 이 사회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갈 때다. 이 갈등은 내가 이기고 네가 패하는 승부가 아니다. ‘찬탄’이든 ‘반탄’이든 모두 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 무거웠던 마음들을 내려놓는 일이다.

그래서 멀리는 못가더라도 수원 관내의 벚꽃 명소들을 걸어보길 권한다.

팔달산 벚꽃길. (사진=김우영)
팔달산 벚꽃길. (사진=김우영)

내가 자주 가는 벚꽃 길은 아무래도 집과 가까운 옛 도청길과 팔달산 회주도로다.

예전 도청입구에 한 10년 정도 살았다. 벚꽃 구경은 하고 싶지 않아도 밤낮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옛 도청에서는 벚꽃 축제까지 열렸다. 인근 화성시와 오산시, 용인시, 안양시까지 소문나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나는 도청 앞보다는 팔달산 동쪽 회주도로, 그러니까 성신사와 홍난파 노래비 일대에 늘어선 벚꽃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수원시도 봄이 되면 ‘울긋불긋 꽃대궐’이 차려진 명소를 소개하곤 한다.

2년 전에 시가 소개한 곳은 △만석공원(벚꽃) △광교산 광교마루 산책길(벚꽃) △호매실지구 금곡로 일대(벚꽃) △황구지천(벚꽃) △서호천(벚꽃) △수원역에서 호매실IC를 연결하는 권선로 서쪽 방면(벚꽃) △수원월드컵경기장 뒷길(벚꽃) △도청과 팔달산 회주도로(벚꽃) △영통구청 근처 매탄로(벚꽃) △광교호수공원 신대호수(철쭉꽃) 등 모두 봄꽃이 만개해 화사하다.

여기에 더하고 싶은 것은 일원수목원 옆 일월저수지 수변도로 벚꽃길이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내가 가장 좋아해서 자주 가는 곳은 팔달산 회주도로 벚꽃길이다.

그 다음은 광교산 입구 광교마루 산책길이다. 이곳은 광교산과 호수와 꽃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든다. 밤엔 밤대로 운치가 있어 꼭 방문해시길 권한다. 수원 최고의 벚꽃 명소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광교산 입구 광교저수지 산책길에 조성된 벚나무 길. (사진=김우영)
광교산 입구 광교저수지 산책길에 조성된 벚나무 길. (사진=김우영)

나는 지금도 2000년 3월 23일을 기억한다. ‘생명의 나무 100만 그루심기’ 식목행사 일환으로 당시 심재덕 시장과 함께 광교마루길 벚나무를 심었다. 25년이 지난 지금 그때 심었던 나무들은 내 허리 굵기만큼이나 커졌다.

경관이 좋기로는 오목천동 황구지천 옆으로 줄지어 핀 벚꽃길도 지지 않는다. 바람이 살짝 불고 벚꽃비가 눈부시게 흩날리는 광경은 환상적이다.

만석거 저수지 둘레를 밝힌 벚꽃길도 이제 당당한 수원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가만 있자, 올해는 그 동네 사는 ㅇ형이랑, ㄱ친구를 불러낼까? 벚꽃이 모두 지기 전.

만석거 둘레를 밝히는 벚꽃. (사진=김우영)
만석거 둘레를 밝히는 벚꽃. (사진=김우영)

꼭 먼 곳의 꽃 명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나지 않는다면 걸어서 갈 수 있는 집근처 봄꽃 명소로 가서 망중한을 즐기면 된다. 수원시내 동서남북과 시내 중심 어디에나 꽃은 만개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