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며칠 간 날씨가 참으로 요란스러웠다. 마치 초여름 날 같이 영상 25도를 기록하더니 영하 3도로 뚝 떨어졌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앉은 ㅇ형과 어수선한 시국의 나라를 우려하며, 미쳐 날뛰듯 번지고 있는 경북지역의 산불을 걱정하며 대포 한잔 했다.
그러다가 문득 아산 현충사로 가서 구국의 성웅 이순신 장군을 뵙고 이 나라와 백성을 지켜달라며 절이라도 하자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가는 김에 그 유명하다는 생가 앞 홍매화도 보기로 했다.
그런데 길을 나서기로 한 토요일 오전엔 눈보라가 몰아쳐 우리의 발길을 막았다.
온 나라가 정신이 없던 와중이었고 날씨마저 그랬지만 그래도 봄은 왔다. 꽃이 피었다. 산수유와 매화, 목련, 개나리에 이어 라일락, 벚꽃들도 곳곳에서 제 모양과 향기를 자랑하고 있다.
이젠 꽃잎이 거의 져 버렸지만 방화수류정 위 언덕에 있는 매화나무 꽃밭에 자주 갔었다. 매화의 청향(淸香)이 좋았기 때문이다. 몇 그루 되지는 않지만 홍매, 백매, 청매가 골고루 어우러져 있다.
세상사 어지러운 일들을 모두 씻어내는 듯 맑은 향기를 맡으면 행복했다.
일찍 피는 봄 꽃 가운데 목련과 매화 등은 때가 지나갔고 지금 수원곳곳에서는 벚꽃과 진달래꽃, 라일락 꽃잔치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가 끝났으므로 이제 이 사회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갈 때다. 이 갈등은 내가 이기고 네가 패하는 승부가 아니다. ‘찬탄’이든 ‘반탄’이든 모두 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 무거웠던 마음들을 내려놓는 일이다.
그래서 멀리는 못가더라도 수원 관내의 벚꽃 명소들을 걸어보길 권한다.
내가 자주 가는 벚꽃 길은 아무래도 집과 가까운 옛 도청길과 팔달산 회주도로다.
예전 도청입구에 한 10년 정도 살았다. 벚꽃 구경은 하고 싶지 않아도 밤낮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옛 도청에서는 벚꽃 축제까지 열렸다. 인근 화성시와 오산시, 용인시, 안양시까지 소문나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나는 도청 앞보다는 팔달산 동쪽 회주도로, 그러니까 성신사와 홍난파 노래비 일대에 늘어선 벚꽃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수원시도 봄이 되면 ‘울긋불긋 꽃대궐’이 차려진 명소를 소개하곤 한다.
2년 전에 시가 소개한 곳은 △만석공원(벚꽃) △광교산 광교마루 산책길(벚꽃) △호매실지구 금곡로 일대(벚꽃) △황구지천(벚꽃) △서호천(벚꽃) △수원역에서 호매실IC를 연결하는 권선로 서쪽 방면(벚꽃) △수원월드컵경기장 뒷길(벚꽃) △도청과 팔달산 회주도로(벚꽃) △영통구청 근처 매탄로(벚꽃) △광교호수공원 신대호수(철쭉꽃) 등 모두 봄꽃이 만개해 화사하다.
여기에 더하고 싶은 것은 일원수목원 옆 일월저수지 수변도로 벚꽃길이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내가 가장 좋아해서 자주 가는 곳은 팔달산 회주도로 벚꽃길이다.
그 다음은 광교산 입구 광교마루 산책길이다. 이곳은 광교산과 호수와 꽃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든다. 밤엔 밤대로 운치가 있어 꼭 방문해시길 권한다. 수원 최고의 벚꽃 명소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나는 지금도 2000년 3월 23일을 기억한다. ‘생명의 나무 100만 그루심기’ 식목행사 일환으로 당시 심재덕 시장과 함께 광교마루길 벚나무를 심었다. 25년이 지난 지금 그때 심었던 나무들은 내 허리 굵기만큼이나 커졌다.
경관이 좋기로는 오목천동 황구지천 옆으로 줄지어 핀 벚꽃길도 지지 않는다. 바람이 살짝 불고 벚꽃비가 눈부시게 흩날리는 광경은 환상적이다.
만석거 저수지 둘레를 밝힌 벚꽃길도 이제 당당한 수원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가만 있자, 올해는 그 동네 사는 ㅇ형이랑, ㄱ친구를 불러낼까? 벚꽃이 모두 지기 전.
꼭 먼 곳의 꽃 명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나지 않는다면 걸어서 갈 수 있는 집근처 봄꽃 명소로 가서 망중한을 즐기면 된다. 수원시내 동서남북과 시내 중심 어디에나 꽃은 만개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