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은 그해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이 소식에 가장 기뻐한 사람들은 당연히 접경지 주민들이었다. 선언문을 통해 남과 북은 한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깨졌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북한이 2024년 5월 대남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2024년 7월 대북 방송을 재개했고 북한의 대남 방송 또한 시작됐다.
가장 큰 피해자는 접경지역 주민들이었다. 오죽했으면 지난 해 10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강화군 주민이 무릎을 꿇어가면서까지 대남 확성기 소음 피해를 호소했겠는가. 주민은 “여기 계신 국방위원장님이나 손주, 자녀분이 ‘너무 힘들어요’, ‘잠 못 자겠어요’라고 하면 어떻게 얘기해주시겠느냐”며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강화군의 경우 송해면, 교동면, 양사면, 강화읍의 법정 소음 기준치를 초과했다. (관련기사: 수원일보 9일자, ‘강화군, 국방부에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촉구 강력 건의’) 2만2000명의 주민들이 수면장애, 두통,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뿐 만 아니라 가축 유산, 산란율 저하, 농업 생산성 감소라는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면서 숙박업, 음식점 등 관련업소도 무너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부동산 거래도 뚝 끊길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일상이 무너지고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견디다 못한 주민들과 강화군이 국방부에 즉각적인 대북방송 중단을 요청했다. 우리가 먼저 대북방송을 중단하면 북한에서도 대남방송을 멈출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주민들은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주민들의 마지막 호소에 응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철 강화군수는 8일 국방부 관계자에게 대북방송 중단촉구 건의서와 주민 탄원 서명부를 전달했다. 강화군은 △위험구역 설정 및 대북전단 살포 행위금지 행정명령 △소음피해 심각지역 방음시설 설치 지원사업 △대남방송 소음측정(소음지도작성) 및 컨설팅 용역 △주민 심리지원사업 등을 펼치며 주민의 일상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박 군수의 말처럼 강화군민들은 수십 년간 안보 최전선에서 강한 애국심과 국가안보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묵묵히 견뎌 온 사람들이다. 주민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정부가 적극 나서서 지원하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