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294)] 피천득 '5월'

정준성 주필

5월 첫날 비가 흩뿌렸다. 

천둥 번개와 함께  3일이 지난 오늘까지.

싱그런 청록의 계절을 알리는 세월을 시샘하듯.

하지만 곧 5월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리라. 

그리고 이 또한 가리라.

피천득의 수필  '5월' 속 표현처럼...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失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 실료애정통고)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