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295)] 잠자는 치매 자산

정준성 주필

치매라는 말은 라틴어로 ‘정신이 없어진 것’을 뜻한다.

한자로 어리석을 ‘치(癡)’와 어리석을 ‘매(呆)’자를 쓴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9% 정도가 치매를 앓고 있다.

여기에 가족을 포함해 200여만 명이 자의든 타의든 볼모로 잡혀 있다. 

이로 인해 드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17조원을 웃돈다. 

어디 그뿐인가? 

'기능'을 멈춘 치매환자 본인의 소유재산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야말로 천문학적 숫자로 늘어난다. 

얼마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치매환자의 잠자고 있는 자산이 약 154조원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우리나라 치매 노인이 보유한 부동산, 현금 등 자산이 그렇다는 것이다. 

발표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치매환자 가운데 약 76만명이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규모는 1인당 평균 2억원이었다. 앞으로 더 늘어난다는 전망도 내놨다. 

고령화에 가속도가 붙으며 10년마다 130조원씩 늘어날 것이라 했다.

 25년 지난 2050년에는 488조원으로 급증해 그해 예상 국내총생산(GDP)의 15%를 넘어선다고 예측했다.  

잠자는 돈이 많아지면 국가 경제의 활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일찌기 이를 '치매머니'라 부르며 다양한 정책과 활용 방안을 마련해오고 있다. 

참고로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전체 금융 자산의 20%를 75세 이상 노인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 돈으로 약 20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이런 문제는 두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전세계 치매환자는 5500만명 가량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그에 따른 경제손실을 1조3000억달러(2019년 기준)로 집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요즘 상속 분쟁은 치매 머니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허울뿐인 간병을 내세워 재산을 야금야금 빼돌린 형제와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간병인에게 횡령을 당한 재산을 찾으려는 분쟁도 자주 발생한다. 

게다가 치매 부모의 자산이 동결돼 자녀가 간병비를 대다 파산했다는 등 안타까운 사연들도 넘쳐난다. 

일본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성년후견제도'나 '가족신탁'을 활성화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일정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이용율은 낮은 편이다. 

우리의 노인 인구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덩달아 치매 환자수도 늘고 있는 추세다. 

치매 환자 자산을 관리할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의미도 된다. 

늦었지만 정부가 나서 치매 노인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각종 제도를 활성화 하겠다고해 다행이다. 

일본을 비롯 선진국 실패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좋겠다. 

그래야 잠자는 치매환자 자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지원 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