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레오14세의 한국 방문을 기다린다

얼마 전 미국 출신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가톨릭 교회의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가 시작된 지 이틀만이다. 새 교황 후보군 중 한명으로 꼽기도 했던 한국의 유흥식 추기경 겸 교황청 장관은 콘클라베가 끝난 후 한국 취재진에게 좋은 분이 선출돼 한마음으로 기뻐했다고 전했다.

최근 개봉됐던 영화 ‘콘클라베’에 나온 정치적인 싸움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평화롭고 자연스럽게 의견이 일치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모 정당의 대통령 후보 시비와는 다른 모양새였던 것 같다.

새 교황의 즉위명은 ‘레오 14세’다. 라틴어의 레오는 사자를 뜻한다. 레오14세는 선출된 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로 나왔다. 첫 일성은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이라는 이탈리아 말이었다. 미국 국적이지만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해 페루 시민권도 취득하고 페루 대주교로도 활동해서인지 스페인어로도 같은 말을 했다.

9일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들과 미사를 공동 집전했다. 이 자리에선 “(교회가) 이 세상의 어두운 밤을 밝힐 수 있길” 바란다면서 평범한 사람들 편에 서서 부유한 자와 권력층에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건물의 웅장함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거룩함으로 평가받아야 하며 자신은 교회의 충실한 관리자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기술, 돈, 성공, 권력, 쾌락과 같은 다른 방어물들을 선호하는 환경에 대한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2년 정도 후엔 교황 레오14세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신앙 대축제인 세계청년대회(WYD)가 2027년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8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서 차기 2027년 개최지를 서울로 결정해 발표한 바 있다. 세계청년대회 개최와 교황의 방한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일이다. 국가 이미지만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열린 서울 세계청년대회 발대식에서 발표된 KDI 국제정책대학원 연구진이 분석한 경제적 파급 효과에 따르면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사업비 투입 효과는 3조6117억원으로 추정됐다. 관광산업과 기타산업을 포함한 생산유발효과가 2조3375억 원, 소득유발효과가 4419억원, 간접세유발효과가 643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가 7679억원 등이다. 국가와 기업 브랜드 이미지 향상 등 간접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레오14세에게 한국은 낯선 땅이 아니다. 지난 2002년, 2005년, 2008년, 2010년 한국을 방문, 한국 수도자들과 교류하며 한국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승용차를 사양하고 지하철을 이용, 봉은사를 방문해 스님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던 ‘열린 종교인’이었다.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 바라는 레오14세 교황을 다시 한국에서 맞이할 수 있게 돼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