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화성의 백미(白眉)' 방화수류정’의 모든 것!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수원화성박물관 테마전 ‘방화수류정’ 전시회 개최 홍보포스터.
수원화성박물관 테마전 ‘방화수류정’ 전시회 개최 홍보포스터.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화성에는 4대문을 비롯, 각루와 치성, 포루, 공심돈, 수문, 암문 등 다양한 시설이 포함돼 있다.

거의 모두 타 성곽의 시설들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건축물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내 발길이 자주 가는 곳은 2011년에 보물로 지정된 방화수류정이다. 원래 이름은 동북각루로서 ‘화성의 백미(白眉)’라는 찬사는 허언이 아니다.

 

노을빛 달빛에 속지 말라고

그리 일렀거늘

 

아아 어리석다

눈 떠보니 가을 달 용연에 잠겨있네

 

방화수류정 찬마루에 누워

아직 본질의 옷깃도 그림자도 보지 못 하였네

 

잘됐다

멀리 가깝게 팔달산과 성벽 병풍삼고

오늘 나 여기서 또 잠 들 테다

그러니 술 한상 다시 봐오너라

         -졸시 ‘방화수류정’

 

10여 년 전 방화수류정에 누워 있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 깨어나 쓴 시다.

지금은 보수를 앞두고 출입이 통제되고 있지만 방화수류정에 올라보면 누각 아래 펼쳐진 용연과 화홍문(북수문), 좌우로 길게 뻗어나간 성곽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넋을 놓게 된다.

용연에서 방화수류정을 바라보는 경치도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특히 밤이 되어 조명이 켜질 때 용연 수면에 비치는 누각의 자태는 환상적이다.

‘수원팔경’에 이곳에서 달을 바라보는 ‘용지대월(龍池待月)’이 포함된 것은 당연하다.

방화수류정 낮 풍경.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방화수류정 낮 풍경.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방화수류정 밤 풍경.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방화수류정 밤 풍경.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마침 수원화성박물관에서 테마전 ‘방화수류정’이 열리고 있으니 이 전시회를 본 다음 방문하면 방화수류정의 빼어난 외모는 물론 이 건축물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깊은 속내까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5월 22일부터 8월 17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는 ‘정조의 시선이 머문 곳’, ‘조선 누정(樓亭) 건축의 정수’, ‘시간을 품은 정자’ 등 3부로 구성돼 있다.

전시회에서는 방화수류정은 단순한 정자가 아닌, 정조대왕의 이상이 깃든 건축물이라는 것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수원화성의 요충지에 건립된 군사시설이면서 정자의 기능도 하는 상징적인 건축물로 정조대왕이 용두암이 있는 이곳을 와보고 중요한 전략적 위치라고 판단해 방화수류정 건립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방화수류정이 ‘용두각’, ‘용두정’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용연정’, ‘화정’(華亭)이라고 불린다는 새로운 사실도 이번 전시회를 보면서 알게 됐다.

방화수류정 전시회. (사진=김우영)
방화수류정 전시회. (사진=김우영)

방화수류정은 다른 정자 건축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평면이 있고, 특이한 지붕 형태를 보이는 조선 누정 건축의 정수다. 놀라운 것은 이 건축물을 완성하는 기간이 40일도 채 안 됐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조선 최고의 장인들이 공사에 참여하지 않았을까.

일부에서는 이 건축물이 천주교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방화수류정 서쪽 벽면에 십자형 무늬가 있고, 천장을 살펴보면 십자가 형태의 대들보도 있기 때문이다. 성곽 건설의 바탕이 된 기본계획서 ‘성설’을 다산 정약용이 만들었다는 것도 한 이 주장을 뒷받침 한다.

변기영 신부는 한 천주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약용의 지시로 그의 제자가 십자가 음각 도장에 다산의 이름을 새긴 것이나 다산의 묘지에서 십자가가 발견된 것과 연관 지어 볼 때 십자형 문양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견은 있다. 그리고 실제로 방화수류정 건축을 총괄했던 도편수는 불교 승려인 굉흡이었다. 하지만 천주교 신자들은 이곳을 성지순례의 코스로 삼고 있다.

정조대왕은 이곳에서 남쪽 언덕을 향해 활을 쏘기도 했다.

1797년 정월 29일 활을 쏜 다음 이런 시를 지었다.

 

봄날 성을 두루 돌아도 해는 아직 지지 않고

방화수류정의 구름 낀 경치 더욱 맑고 아름답구나.

수레를 세워놓고 세 번 쏘기가 묘하니

만 그루 버드나무 그림자 속에 화살은 꽃과 같네.

 

일제강점기에는 3.1 만세운동이 벌어졌고 현재는 시민과 관광객의 나들이 장소이자 사색과 휴식의 장소로 각광받아왔다.

꼼꼼하고 완벽한 보수가 이루어져 다시 개방되길 바란다.

“도심 속 자연과 역사 사이에 놓인”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수원화성박물관 관계자의 말)인 방화수류정이 지척인 그곳에 언제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수원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