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정조대왕 어진, 그리고 세종대왕 어진
수원일보는 5월 16일자 기사(‘세종대왕 나신 날 제1회 국가기념일에 새 제작 세종대왕 어진 공개’)에서 세종대왕 21대 직계 손 이준 황손이 역사·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어진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세종대왕 나신 날’(5월 15일)을 기념하는 제1회 국가기념일을 맞아, 공개한 이 어진은 더 꼼꼼하게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새로 그렸다고 한다.
세종대왕의 친족인 태조 이성계, 의안대군, 경신공주, 효령대군, 세조 초상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역사 기록 속 용모 묘사를 종합해 다시 그린 것이다.
고기를 좋아했다는 세종대왕의 생활 습관과 체형까지 고려해 사실적으로 제작됐으며, 복식 또한 정밀한 고증을 거쳤다고 했다.
실제로 세종대왕은 재위 기간(1418~1444) 중 붉은색 곤룡포가 아니라 청룡포를 착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세종대왕 어진은 앞으로 세종대왕 직계 황실과 사가독서 여섯 가문의 공식 어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새로 그린 세종대왕 어진은 정부 표준영정이 아니다. 표준영정은 추앙받는 선현들의 영정이 난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한 영정이다.
세종대왕 어진의 경우 여러 점이 있었다고 기록돼 있으나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없다. 따라서 세종대왕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다. 현재 표준영정은 친일 행적이 드러난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린 것으로 1973년에 지정됐다. 현재 1만원권 지폐에 있는 세종대왕 초상화가 그것이다. 그러니까 상상화라는 말이다.
물론 이번에 새로 공개된 영정도 상상화인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역사·과학적인 분석절차를 꼼꼼하게 거쳤다. 여기에 더해 친족들의 초상화와 생활 습관·체형·복식까지 고려했다니 아마도 세종대왕의 실제 모습과 가장 가까운 영정이 아닐까.
정조대왕 어진도 상상화다.
현재 화령전에 모신 정조대왕의 어진은 수원의 한국화가 이길범 씨가 그린 것으로 표준영정으로 지정돼 있다.
원래 영정은 1954년에 일어난 부산 용두동 대화재로 소실됐다. 현재 남아있는 정조대왕의 어진은 없다.
이에 이길범 작가가 1989년 정조대왕의 얼굴을 상상해 어진을 그렸고 표준 영정으로 공식 지정됐다.
이 그림에 표현된 정조대왕의 얼굴은 갸름한 미남형이다. 흡사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탤런트 모씨를 닮았다.
물론 전적으로 작가가 상상한 얼굴이다.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 중엔 정조대왕을 만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시비를 걸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들인 순조는 아버지의 외모를 이렇게 회고했다.
△뒷머리가 영조를 닮았다. △눈자위가 펑퍼짐하고 입은 네모졌으며 코가 높고 겹턱이다. △또래보다 나이 들어 보였다.
‘선원보감’과 ‘열성어진’에 실린 정조의 초상화도 표준영정과는 크게 다르다. 선원보감과 열성어진에 그려진 정조의 초상화가 순조의 회상과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다.
정조대왕께서 화를 내실지 모르겠지만 선비나 문관, 미남(또는 훈남)의 느낌 보다는 우람하고 야성적인 무인 같은 인상을 풍긴다.
나도 처음 선원보감 초상화를 봤을 때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물론 선원보감과 열성어진에 그려진 정조의 얼굴이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 선원보감과 열성어진에 실린 어진은 실제와 다르게 그려진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표준영정은 아들인 순조의 회상과는 많이 다르다.
따라서 세종대왕 직계 손 이준 황손이 역사·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어진을 그린 방법을 도입, 정조대왕의 새 어진도 제작해 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