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비가 내려서 더 유정했다, ‘수원야행’ ‘새숱막축제’
13일 점심이 지나니 여기저기서 슬슬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 이른바 ‘불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일은 (사)화성연구회 6월 월례회의가 열리는 날, 내가 추천한 신입회원들이 처음 나오는 날이자 화성연구회가 주최하는 경기도문화유산 활용사업 ‘성곽과 시대의 삶, 찾아가는 미래’ 첫 강좌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사양했다.
이 강좌는 경기도에 분포한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성을 공부하면서 역사 속에서 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역사적 교훈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귀중한 프로젝트다.
6월 21일 첫 강좌 ‘경기도의 고구려 성곽’을 시작으로 11월 8일까지 백제산성, 신라성곽, 처인성, 조선시대 성곽 축조의 변화 등 강좌와 한성백제 성, 신라의 북진거점 산성 현장 답사가 이어진다. (문의 010-7228-7223)
그래서 대부분 거절했지만 응할 수밖에 없는 한 사람의 전화를 받고 거북시장으로 갔다.
화성연구회 이사장이자 한국 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회장인 최호운 박사다. 그는 슬럼가 같았던 거북시장을 오늘처럼 만든 최고의 공로자다. 그리고 거북시장 새숱막축제를 제안하고 계획한 장본인이다.
나 역시 첫 번째 이 축제가 열릴 때부터 한 손 거들었던 인연이 있어서 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저녁 무렵 비가 내린다.
상가 상인들이 열심히 준비했건만 날씨는 이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그래도 행사는 이어졌다. 대형비닐을 구해다 힘을 합쳐 임시 천막을 만들고 객석을 정리하니 아쉬운대로 잔치 분위기가 살아났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술맛은 더욱 좋아지고 여기저기서 사온 안주와 술들은 식탁에 가득하다. 무대에서는 풍악까지 울려 퍼지니 취흥은 더욱 도도해진다.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우리도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인근 아구탕집에 들어가 2차를 한 후 ㅇ형과 둘이 용연에서 열리는 ‘2025 수원국가유산 야행’을 보러갔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하,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이 시대 최고의 소리꾼’ ‘가객’으로 불리는 장사익 선생의 무대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찔레꽃’ ‘비 내리는 고모령’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이어졌고 관객들은 열광했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 떠나 올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 오던 그날 밤이 그립구나
이 노래를 가만히 따라 부르다가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곧 빗물인지 눈물인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신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어머니가 생각났다. 불효자의 후회가 빗물이 되어 용연 연못위로 떨어졌다.
첫날엔 비가 내려 많은 이들이 찾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만족했다. 빗속에서 열리는 ‘2025 수원국가유산 야행’은 나름의 감동을 주었다.
형형색색 조명이 연못과 방화수류정, 성벽과 수목, 연못을 몽환적으로 비추고 섬 안에 무대를 만들어 펼치는 공연을 보며 내가 수원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보다.
용연에서 만난 안양과 안산의 각자(刻字) 장인들 역시 ‘이번 야행을 보고 나니 수원으로 이사 오고 싶어졌다’ ‘인생 최고의 공연을 보았다’며 좋아했다.
사실 이번 수원야행은 넉넉하게 즐기지 못했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거북시장 새숱막거리축제와 화성연구회 월례회 및 강좌 등 여러 가지 행사가 겹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날 일부와 마지막 날 일부밖에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2017년 첫 행사부터 이번 행사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축제를 즐겼다.
수원 국가유산 야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수원화성과 주변 문화시설을 거닐며 밤에 즐기는 축제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밤에 수원 곳곳과 화성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며 역사·문화를 체험하는 낭만적인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주 행사 장소를 화성행궁 광장에서 용연 일원으로 변경해 용연의 자연경관과 함께하는 행사로 기획했다.
거북시장 ‘새숱막축제’와 ‘2025 수원국가유산 야행’은 나로서는 만족할만한 축제였다.
비록 비는 내렸지만 그래서 더 유정(有情)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