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일 새벽 1시쯤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며 마을 버스를 몰고 통일대교를 건너려던 탈북민이 체포됐다. 이 탈북민은 파주시 문산읍 소재 차고지에서 마을버스를 훔친 뒤 군부대 초병의 제지를 무시하고 바리케이트를 들이 받은 후 900m를 더 달렸다. 초소병들이 버스에 총을 겨누자 버스를 멈춰 세웠고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희수)는 8일 그에게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국가보안법위반(잠입·탈출)미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절도, 도로교통법 위반 등 무거운 혐의에 비해서 비교적 가벼운 처벌이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의 건강 악화와 경제적 어려움, 대한민국 사회에서 고립과 부적응, 북한에 거주하는 부모님과 남동생에 대한 그리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정치 체제에 대한 적대감이나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을 찬양하거나 동조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이 사건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정치적 의도라기보다 남한 정착 실패가 불러온 비극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이 사건이 “대한민국 사회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이 처한 현실을 일부 보여주는 것” “통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 양강도 혜산시 출신으로, 2011년 12월 중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했다. 일용직 등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중 2018년 다리를 다친 뒤 건강 악화, 경제적 어려움, 고립감 등을 겪게 됐다. 북한에 거주하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더 커져갔고 월북을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9월 자신이 살고 있던 고시원의 월세가 밀려 퇴거를 요구받으면서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탈북민은 3만4000명 정도다. 이들에게 정부는 하나원 교육에 이어 정착금 지원, 취업 알선 등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문화적 차이와 학력, 언어 등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것이 어렵다. 서울연구원이 2023년 발간한 ‘서울시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삶의 질 실태조사와 정책방향’에는 서울 시내 거주 탈북민의 37.7%가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조사결과가 수록돼 있어 이들이 정상적으로 정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탈북민은 아무런 인적·물적 토대가 없고 심리적·정서적 취약성도 존재하기에 다양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서울연구원의 제언을 정부가 깊이 고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