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수원 詩, 수원 詩人'(61)] 박복영 '지동시장, 앉은뱅이 풀꽃에게'

김준기 수원시인협회 회장

 

지동시장, 앉은뱅이 풀꽃에게

                            박 복 영

 

그래요 어린 것이 잠깰새라 들쳐 업었지라

 

발바닥을 찌르며 올라오는 냉기처럼

어금니 깨물고 앉았지라

 

누추한 햇살이 뒤적이는 부끄러운 순수 몇 장

 

지가 살아가는 명분이지라

 

찌든 비린내 긁어모아 견딘 시름처럼

흔들, 흔들리는 영혼을 함지에 두는 것은

 

어린 것하고 걍, 살고 싶은 것잉께

 

그래요 깡마른 무릎이 허기져 소심해지는 동안

노릇하게 구워지는 저녁놀이

 

제 하루 걸어온 놀이터지라

 

왠지 오래된 질문처럼 낯설지만은 않응 께

 

위의 시는 박복영 시인이 『한국시학』 2024년 여름호에 발표한 「지동시장, 앉은뱅이 풀꽃에게」 전문이다. 물리적 공간은 지동시장의 어물전이다. 빙의라고나 해야 할까. 시인이 행상인에게 혹은 행상인이 시인에게 의탁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시적 화자의 사투리로 보아 지동시장에서 생선을 팔고 있지만 수원으로 흘러들어온 사람이다. 다시 말해 수원은 누구 하나 기댈 곳이 없는 객지인 셈이다.

‘어린 것이 잠깰새라 들쳐 업’은 채 ‘어금니 깨물고 앉’아 버티는 하루 장사다. 흥정을 붙이는 사람조차 없다. 다만 ‘누추한 햇살이 뒤적이는 부끄러운 순수 몇 장’일 뿐이다. 손님의 손길 대신 햇살이 뒤적인다. 그 뒤적이는 게 팔리지 않은 생선일 수 있겠지만 ‘부끄러운 순수 몇 장’이라고 했다. 눈물겨운 자성이다.

그 부끄러운 순수가 살아가는 명분이란다. 생선이 담긴 함지에는 생선 파는 아낙의 흔들리는 영혼도 함께 담겨 있다. ‘비린내 긁어모아 견딘 시름’은 ‘어린 것하고 걍, 살고 싶’음뿐이다. 삶의 질곡이 어떠했는지 그 구체적 사연까지는 모른다. 중요한 것은 오늘 그녀의 생존이다.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는. ‘어린 것하고 걍, 살고 싶은 것잉께’에서 ‘걍’ 한 음절이 가슴 아프다. 변화 없이 있는 그대로 살았으면 한다. 더 욕심도 없다. 여기서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그 한 음절이. 

 ‘그래요 깡마른 무릎이 허기져 소심해지는 동안/노릇하게 구워지는 저녁놀이//

제 하루 걸어온 놀이터지라//왠지 오래된 질문처럼 낯설지만은 않응 께’ 진종일 무릎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 어느덧 저녁이다. 아직 팔지 못한 생선이 노릇하게 구워지는 듯한 저녁놀이 놀이터처럼 익숙하다. 스스로의 삶에 던진 그 한스러운 질문들조차 저 저녁놀처럼 낯설지가 않다.

지동시장에서 보이는 저녁놀은 팔달산 능선에 걸친 그것이리라. 우기다. 때문에 저녁노을은 볼 수 없으리라. 대형 마트에 밀려 전통시장이 점점 위축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네 삶의 애환마저도 디지털화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오늘 퇴근길은 차를 두고 나서야겠다. 시내버스를 타고 팔달문 정류장에서 내려야지. 조금만 걸으면 지동시장이다. 어쩌면 그 아기 엄마를 만날지도 모른다. 아무튼 고등어자반 한 손 사 들고 들어가야겠다.

 

 

박복영 시인

1997년 『월간문학』 시당선

경남신문,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송순문학상 외 다수 문학상 수상

시집 『구겨진 편지』 외 다수

시조집『바깥의 마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