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1925년 당시 만 12세 수원소녀 최순애가 쓴 친오빠 최영주를 그리는 동시 ‘오빠생각’이 잡지 ‘어린이’에 실렸다. 5년 후인 1930년 작곡가 박태준이 이 시에 곡을 붙였고 이 노래는 이른바 국민동요가 됐다. 이 작품을 본 남도의 소년 이원수(시인, 아동문학가)가 편지를 보냈고 이 인연이 이어져 둘은 1936년 혼인했다.
그런데 이원수와 최영주는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랐다. 일제강점기 말기에 친일작품을 발표하는 등 친일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오빠 최영주는 수원지역에서 소년운동 등을 펼친 지식인으로 일제의 사찰에 쫓겨 서울로 올라갔고 소파 방정환과 어린이 운동에 생애를 바친 선각자였다. ‘고향의 봄’을 쓴 남편 이원수도 독서회 사건 등으로 일제경찰에 체포돼 감옥살이를 한 항일운동가였다.
그러나 친일행위의 흔적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어서 역사에 그렇게 기록됐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수원문화계에서 추진되던 최순애 오빠생각 노래비 건립사업이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2017년엔 최영주·순애 남매의 ‘오빠 생각’ 전시회가 수원의 더페이퍼 주최로 수원 가빈갤러리에서 열린 바 있다.
지난 4일 수원화성박물관 카페에서 ‘오빠생각 노래비 건립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준기 수원시인협회 회장)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오는 11월 1일 ‘시의 날’에 노래비 제막식과 기념행사(시극공연과 강의, 합창 등)를 갖기로 결정했다. 몇 년 전부터 추진해 오던 ‘오빠생각’노래비 건립사업이 드디어 본격화된 것이다. 이와 함께 오빠생각 강연회, 오빠생각콘텐츠 순회전시회 등도 제막을 전후해 개최할 방침이다.
수원시인협회(회장 김준기), 경기르네상스포럼(상임이사 한준택), 화성연구회(이사장 최호운), 수원문화도시포럼(대표이사 박래헌), 매향중·정보고등학교 총동문회(회장 김명란), 행궁동상인회(회장 조이화), 수원민주화운동 계승사업회(운영위원장 김영균), 사통팔달연합회(회장 정찬해), 팔색조봉사단(단장 회장 김동우)등 민간단체와 김우영·정수자·박설희 시인 등 지역 문화예술인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는 수원시가 노래비 부지 제공에 난색을 표할 경우 사유지에라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추진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남편과 오빠의 친일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순애는 친일 당사자가 아니다. 연좌제처럼 얽어서 친일파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관련기사: 수원일보 7일자, ‘최순애 오빠 생각 노래비 건립 본격화됐다’) 당시 만 12살이었던 최순애의 작품 ‘오빠생각’ 속의 오빠는 그냥 보고픈 가족이었으며 오빠였던 최영주도 당시엔 친일파가 아니라 소파 방정환과 함께 아동운동을 한 선구자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이 작품에 친일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팔달산에 이원수와 홍난파가 글을 짓고 곡을 만든 노래비가 있다. 이 부근이나 최순애의 출생지인 북수동에 최순애 ‘오빠생각 노래비’를 세우면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 될 것이라는 것이 추진위원들의 주장에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