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納凉), 한자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서늘함을 들이다, 맞이하다" 이다.
흔히 우리가 쓰는 단어인 피서(避暑)와 비슷한 의미다.
때문에 예부터 계곡에서 발을 담그거나 시원한 과일을 먹는 행위를 지칭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공포 (恐怖)를 더 연상 시킨다.
무서움으로 인한 서늘함을 통해 더위를 잊게 하는 방식으로 영화 방송 등이 납량의 의미를 진화(進化)시킨 탓이다.
특집은 여름철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집중 기획된 영상물이다.
중장년의 기억속에 생생한 '전설의 고향' 등 공포 드라마가 대표적이다.
동서양을 막론한 영화중엔 더 많다.
시대와 연령대 별로 찾으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부지기수다.
고전인 히치콕의 '새'와 '엑소시스트'부터 '좀비'까지.
그 속엔 기괴한 음향효과, 음악도 포함된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 뇌리엔 '납량' 하면 연상되는 다양한 공포가 각인돼 있다.
납량특집 드라마 시작을 알리는 늦은밤 부엉이나 올빼미 울음소리.
때론 손가락 사이로 보인 TV 속 무서운 장면이 생각나 꾸었던 악몽.
"빨간 손 줄까~ 파란 손 줄까~"
어둡고 깊고 냄새 나는 재래식 화장실을 못가던 그 때 그 시절의 두려움.
아마도 남녀 공히 대한민국 보통사람이면 모두가 간직하고 있는 아련한 추억일 게다.
그런 납량특집이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있다.
올 여름은 아예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줄었다.
방송에서도 '예능프로'에서나 가끔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의 기호 변화와 투자 대비 낮은 효과 탓이다.
빈자리를 '스릴러'가 채우고 있지만 과거 납량의 인기를 회복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이와 관련 시중엔 우스갯 소리도 회자된다.
"정치판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납량특집이 양산(量産)되는데 '고전'의 부활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 아닌가?"
엊그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구속 수감됐다.
여론은 '구속 찬성' 71%라는데, 폭염속 국민이 느끼는 '납량감(納凉感)'은 어느 정도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