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305)] 허언증과 리플리증후군

정준성 주필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중국 초나라에서 무기를 파는 상인이 있었다. 

그 상인은 자신의 창을 들어 보이며 그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이라고 선전했다.

이어 옆에 있는 방패를 들어 보이며 그 어떤 창도 막아낼 수 있는 방패라고 자랑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명나라왕 신하 중 한 명이 상인에게 이렇게 질문 했다.

“당신이 그 어떤 방패도 다 뚫을 수 있다고 선전하는 창으로 그 어떤 창도 막아낼 수 있다고 선전하는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됩니까?”

상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모순’(矛盾)'이라는 말이 유래된 중국의 고사다. 

국어사전엔 어떤 사실의 앞 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라 적시하고 있다.

'거짓'을 증명할 때 주로 사용한다. 

또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거짓말로도 통한다.

'뚫고' '막는' 명제는 동시에 거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여기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있다. 

앓고 있는 사람들이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고 믿으며 살아간다고 해서다.

리플리 증후군의 의학적 정의는 이렇다.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

'리플리'라는 명칭은 미국 범죄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에서 유래됐다.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톰 리플리는 재벌이었던 친구 디피 그린리프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도를 넘어 그를 죽이고 그의 행세를 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내용이다.

1960년대 영화 알랑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로 더 유명해졌다.

이후 정신병리학자들에 의해 이러한 증상을 연구, '리플리 증후군'이란 병명을 부여했다. 

대개 거짓말을 하면 말을 더듬고 얼굴이 빨개지며 심박수가 올라간다.

하지만 거짓말을 계속하며 자신도 이를 진실이라고 믿으면 외모 변화는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더욱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다.

비슷한 증세로 '허언증'이라는 것도 있다. 

실제로 가진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병세다.

하지만 이 병은 일시적이고, 본인이 거짓말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해서 리플리증후군과 구분된다.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자신을 포장하고 싶은 욕구가 바탕임은 같지만 말이다. 

국회 장관 인사청문회장에서의 진실 공방이 어제 끝났다. 

이를 보는 내내 천하제일의 창과 방패, 허언증과 리플리증후군이 떠오른 것은 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