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장안식당은 행복 주는 노포, 숨은 찐맛집, 동네맛집”
종로칼국수, 안성순대, 남문닭곰탕집...
오랜 세월 나와 함께 한 노포들이지만 지금은 사라진 음식점들이다. 이 집들의 특징은 맛도 좋고 값이 쌌다는 것이다. 주인장들의 인심도 좋았다. 문을 닫은 이유는 주인이 세상을 떠났거나 노쇠한 탓에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바뀐 간판을 단 점포 앞을 지날 때마다 흘러간 내 젊음의 한 때를 보는 것 같아 잠시 발걸음이 멈춰진다.
그런데 몇 년 전 숨은 맛집을 발견했다. 개업한지 무려 35년이 가까워지는데 왜 이제야 내 눈에 띈 것일까? 몇 십 년 간 그 골목길을 걸어 지나다닌 횟수가 수천 번은 됐을 텐데.
이 청맹과니는 그냥 그렇고 그런 동네식당인 줄 알았었다. 식당 앞 입간판에서 ‘사뎅이’란 음식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사뎅이는 돼지등뼈 ‘사등이’를 뜻하는 수원사투리다. 수원사람들은 구덩이를 ‘구뎅이’ 살덩어리를 ‘살뎅이’라고 부른다.
사뎅이국, 사뎅이탕은 돼지등뼈에 감자와 우거지 등을 넣고 푹 끓인 음식이다. 비교적 싸고 맛있고 푸짐하다.
요즘엔 수원사람들도 뼈다귀탕, 감자탕이라고 부르지만 나이 든 이들은 ‘사뎅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행궁동(북수동) 문구골목 근처 ‘장안식당’이라는 허름한 식당 입간판에서 사뎅이란 이름을 발견한 것이다. 반가웠다.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았지만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사뎅이탕을 시켰다.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고 있는 사뎅이탕은 일품이었다. 감자는 안 들어갔지만 시래기가 듬뿍 들어 있는 것이 내 취향에 딱 맞았다. 푹 끓인 사뎅이탕은 싸고 맛있고 푸짐했다.
여행작가 고상환 씨는 “다른 지역은 없는 것도 억지로 가져다가 맞추어서 자기들 것으로 홍보하기에 바쁜데. 왜 수원사람들은 사뎅이에 관심이 없는지 안타깝다”고 토로한 바 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어서 주변 사람들을 장안식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들도 단골이 됐다.
비록 사뎅이란 이름이 점점 잊혀져가고 있지만 수원에는 ‘뼈다귀탕’ ‘감자탕’이라고 불리는 사뎅이탕집들이 여전히 많다.
수원사뎅이가 수원갈비, 수원통닭, 수원지동순대와 함께 수원 대표 음식으로 떠오르면 좋겠다.
장안식당엔 사뎅이탕(8000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닭볶음탕(2만5000원), 삼계탕(1만2000원), 오징어볶음(8000), 제육볶음(8000원), 내장탕(8000원), 육개장(7000원), 오징어찌개(7000원), (콩국수 7000원), 청국장(6000원), 김치찌개(6000원), 비빔밥(6000원), 칼국수(5000원) 등도 있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은 장안식당에선 통하지 않는다.
하나하나의 음식이 모두 훌륭하다.
특히 메뉴엔 없지만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은 ‘냉삼’이다. 냉동 삼겹살인데 1인분에 1만원으로 묵은지와 함께 구워먹는 맛에 반한 손님들의 입소문이 퍼지는 중이다.
이 집은 여주인과 남동생, 딸 등 셋이서 운영한다. 주인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남동생은 오토바이로 성안 곳곳을 누비며 배달한다. 딸은 주방과 홀을 오가며 서빙과 정리를 맡고 있다.
지난 중복 때 아내와 함께 이곳에서 삼계탕으로 복달임을 했다. 아내는 맛있다며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먹었다. 잘 먹고 나서는 ‘이렇게 좋은 집을 왜 이제야 데리고 왔느냐’는 타박을 준다.
손님이 모두 빠져나간 뒤 주인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부터 시작했느냐고 물었더니 ‘33년~34년 전’이라고 한다. 대답은 건물주인 칭찬으로 이어졌다. 33~34년 전 시작할 때의 월세를 지금도 올려 받지 않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오히려 몇 년 전엔 10만원이나 깎아주기도 했단다. ‘천사 같은 분’이라며 그래서 음식값을 크게 올릴 수 없다고 웃었다.
건물주나 장안식당 주인장이나 근래에 참 보기 힘든 사람들이다. 그거였구나. 내가 이집에 올 때마다 행복해지는 까닭이.
이 식당이 오래오래 유지되면 좋겠다. 나 같은 서민들이 부담 없이 한 끼를 만족하며 해결하고 저녁에 냉삼에 가볍게 한 잔 할 수 있는 장안식당, 그리고 곳곳에 노포가 있는 행궁동은 정이 있고 매력이 숨어있는 살만한 동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