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감학원사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

1942년부터 1982년까지 약 40년간 4700여 명의 소년들이 대부도와 연결된 섬인 안산시 선감동 선감도(단원구 선감로 101-19)의 ‘선감학원’으로 끌려가 강제노역, 구타, 가혹행위 등 인권을 유린당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소년들이 목숨을 잃었다. 배고픔과 구타, 성 폭행 등은 일상이었다. 일부는 선감도를 탈출하다 바닷물에 휩쓸려 세상을 떠났다. 가엾은 아이들의 시신은 선감학원 인근에 암매장 됐다. 이곳에서 고혼이 된 소년들이 몇 명인지는 기록에 없다.

국가에 의한 참혹한 폭력은 2015년 당시 부좌현(더불어민주당, 안산단원을)의원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부에 선감학원 사건 진상조사를 요구함으로써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선감학원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선감학원 피해자들과 면담 한 뒤 피해자들의 사과 요구에 응한 것이다.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도정 최고책임자로서 그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선감학원 대책TF’를 구성하고 진상 조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안산 선감동 경기창작센터에 선감학원사건 피해자 신고센터를 개소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2022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화위)가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진실 규명 결정을 내리자 “선감학원 사건은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끔찍한 국가 폭력”이라고 규정한 뒤 “진화위가 권고한 대로 하루빨리 국가 차원의 사과와 피해자 및 유족들에 대한 피해 회복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2022년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그리고 ‘피해자 생활지원’,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및 의료서비스 지원’, ‘묘역 정비와 희생자 추모 및 기념사업’ 등 지원 방안도 밝혔다. 김지사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은 피해자와 유족들은 “오늘 집에 가서 발을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진화위가 권고한 정부의 공식 사과는 물론, 피해자 명예 회복, 진실규명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진화위의 권고 사항인 공식 사과와 유해 발굴, 선감학원 유적지 보호 사업, 위로금과 생활안정지원금 지급 등을 이행하고 있다. 진화위의 권고에 의해 수립한 ‘선감학원 사건 치유 및 명예회복 종합대책’도 지속 추진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국가는 움직이지 않았다. 6월 4일 서울고법 민사1-2부는 선감학원 피해자 13명이 낸 국가와 경기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와 경기도가 1인당 4500만원~6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 개입해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이라며 도와 정부 모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과거 선감학원의 운영 주체인 도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도는 운영 당시 관선시대였으므로 국가에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도가 요청한 관련 사업비는 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도는 선감학원 옛터 역사문화 공간조성사업(국비 8억 7500만 원)과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 트라우마 치유사업(국비 2억 원)에 필요한 내년도 국비 10억 7500만 원을 요청했다. 도는 내년도 사업비가 확정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밝힌다.

선감학원 사업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공개사과 후 관련 TF 구성, 피해 신고센터 개소 등 큰 관심을 가진 바 있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피해자와 유족, 관계자들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빠른 시일 내 피해자들에 대한 신속한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법무부가 상소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5일 법무부는 선감학원 국가배상 소송과 관련 “국가가 제기한 상소를 일괄 취하하고 향후 선고되는 1심 재판에서도 추가적 사실관계 확정이 필요한 사건 등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상고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6일 SNS를 통해 “국민주권 정부가 들어서면서 선감학원 피해보상 사건에 대한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경기도도 즉각 상고를 취하 한다”고 밝혔다. 도는 명예회복 지원, 특별법제정 촉구 등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해당 사업비를 국비에 반영시키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