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부활하는 정조대왕의 야간 군사훈련 ‘야조(夜操)’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2018년 열린 야조 공연장면. (사진=김기수)
2018년 열린 야조 공연장면. (사진=김기수)

지난달 15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제4기 수원화성문화제 추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는 '제62회 수원화성문화제' 준비상황을 공유했다.

이날 가장 반가웠던 소식은 ‘야조(夜操)’공연이 3년 만에 부활한다는 것이다.

야조는 야간 성곽전투에 대비한 군사 훈련(성조·城操)이다. 밤에는 야조(夜操), 낮에는 주조(晝操)다. 정조대왕은 1795년 음력 윤2월 정조대왕 화성행차 넷째 날인 12일 서장대에 직접 올라 주간과 야간 군사훈련을 지휘했다.

당대의 쟁쟁한 학자인 박제가·이덕무와 무인 백동수 등이 정조대왕의 명으로 ‘무예도보통지’를 펴냈다. 이 책에 수록된 24가지 무예가 ‘무예24기’다. 조선을 대표했던 정통무예, 호국무예다. 화성을 수호했던 장용영 군사들이 집중 수련했으며 과거 무과시험의 과목이었다. ‘수원의 무예’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정조대왕의 막강한 친위부대인 장용영 무사들은 무예24기를 주로 수련했다. 특히 정조대왕의 의지와 꿈이 담긴 수원화성에서 무예 24기가 가장 활발하게 수련되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화성 연무대는 실제로 장용영 무사들이 창·검술을 훈련하고 말을 달리며 활을 쏘던 장소였다. 이곳에서 야조와 마상무예가 재연되는 것은 당연하다.

몇 년 전 한 신문의 사설을 통해서도 주장한 바 있지만 야조는 수원뿐 아니라 경기도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공연이다.

며칠 전 화성연구회 하계답사지인 중국 산서성 평요고성에서 본 ‘우견평요(又見平遙)’라는 공연처럼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광 상품으로도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소재다.

중국 평요고성에서 펼쳐지는 공연 ‘우견평요(又見平遙)’. (사진=김우영)
중국 평요고성에서 펼쳐지는 공연 ‘우견평요(又見平遙)’. (사진=김우영)

뿐 만 아니라 시민단합을 위한 축제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화성성역의궤’엔 임금이 친히 참가하는 서장대의 성곽 군사훈련 의식 절차인 야조식(夜操式)이 기록돼 있다.

‘첫째, 밤을 기다린다. 병조판서가 꿇어 앉아 훈련을 시작할 것을 임금께 아뢰면서 야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둘째, 성문을 닫는다. 셋째, 횃불을 붙인다. 넷째, 깃발을 내린다. 다섯째, 등불을 단다. 여섯째, 밤 시각을 알린다. 일곱째, 등불을 내린다. 여덟째, 성문을 연다. 아홉째, 매복로를 거둔다. 열 번째, 성에서 내려오면서 야간 군사훈련을 마무리 한다’ 등이다.

1795년 윤2월 수원행차 때의 모습을 그린 ‘화성행행도’ 8폭 병풍에도 ‘서장대야조도’가 있다

2006년부터 재연되기 시작한 야조는 수원화성문화제의 대표 공연이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이 공연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관람했을 뿐 아니라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성벽에 올라 횃불을 드는가 하면, 무예24기 공연에 참여해 본국검과 제독검을 시연하기도 했다. 진검으로 대나무를 베는 시범도 몇 차례 했다.

2006년 야조에 출연해 대나무 연속베기를 하는 필자의 모습.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2006년 야조에 출연해 대나무 연속베기를 하는 필자의 모습.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그러나 한때는 무예와 군사훈련보다는 춤과 연주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둬서 주객이 전도된 공연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22년 야조공연은 관람객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고 공연의 질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도 수원일보 사설(2022년 10월 12일자, ‘수원화성문화제 야조(夜操), 관람객 배려해야’)을 통해 "관객을 배려한 기획을 하기 바란다. 내용의 변화도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야조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대표적 공연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래서였나, 2023년부터는 야조가 수원화성문화제에서 아예 제외됐다. 거참, 누가 없애자고 했나? 세계적인 공연물로 잘 만들어보자는 얘기였는데...그 서운함도 후속 사설로 썼다.

그랬는데 올해에 부활한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관련기사: 수원일보 8일자, ‘정조의 야간 군사훈련 야조(夜操)공연 3년 만에 부활 한다’) 10월 3~4일 수원화성 동북쪽 연무대에서 열린다.

거기에 더해 수원시는 야조를 수원화성문화제의 대표 야간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시민들과 함께 무대를 완성할 예정이다. 시민 200여 명을 모집해 상궁, 대신, 장군, 군사 등의 배역을 맡긴다는 것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야조를 주제로 기마 무예·군무·병법 시연 등 전통 콘텐츠에 워터스크린·특수효과·미디어 맵핑·불꽃 연출 등 첨단 무대 기술을 결합한 공연이 펼쳐진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연무대를 배경으로 전면이 개방된 슬라이딩 무대와 함께 4000석 규모의 객석을 입체적으로 배치, 마상무예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기대된다. 비록 시민 공연가로 참여는 못하지만 약 20년 전 직접 진검을 들고 대나무와 짚단을 베던 추억이 되살아나 가슴이 설렌다.

3년 만에 부활하는 야조, 성공적인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