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종의 문학잡설(137)] ‘강 가운데 모래섬에 있네’ 금슬 좋은 ‘두 징경이’

김승종 / 시인 · 전 연성대 교수

 

 알고 보면 놀랄 일이 아니지만 알았어도 좀 그럴 일이 우리 일상에서도 꽤 있다. 지난주에 신라 충담(忠談) 스님이 765년에 지은 향가(鄕歌) 「찬기파랑가(讚耆婆郎歌)」를 읽으며 그 4행 ‘沙是八陵(사시팔릉)’과 ‘汀(정)’, 6행 ‘逸烏川(일오천)’의 ‘磧(적)’을 모두 ‘물속에 모래가 쌓여 물위로 솟은 섬’, 즉 ‘삼각주’의 다른 표현이며, ‘藪(수)’[풀숲 : 5행]를 포함한 ‘일오천(逸烏川)’의 그 ‘삼각주’를 충담 등과 기파랑이 뒷날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의미 있게 같이했던 공간이면서도, 2행의 ‘달’, 9행의 ‘측백나무’와 더불어 화랑 ‘기파랑’을 형상화하는 비유로도 보았다. 즉 삼각주의 ‘그 생성에서, 오랜 고난과 숱한 역경을 극복하고 성실하게 융기한’ ‘기파랑’의 ‘큰 인격과 역량’을 강조하는 취지로. 

 어느덧 그런 감상을 하게 되면서 필자는 내심 ‘일오천’의 ‘삼각주’가 『시경』 「관저(關雎)」의 첫 수 1-2행, “關關雎鳩(관관저구) 在河之洲(재하지주)”의 ‘洲’[주 : 삼각주]와 관련되겠다고 여기며 좀 놀랐다. 신라 당대의 민간에서 부르던 ‘향가(鄕歌)’의 가사는 고유의 발상과 시어로 엮여있을 것이란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제작 연대가 진흥왕 13년(552년)이 상한이고, 문무왕 12년(672년)이 하한으로 추정되는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의 「기(記)」에 『시경』 등 유학 경전을 공부한다는 기록이 있다.[又別先辛末年七月甘二日大誓 詩尙書禮傳倫得誓三年(또 따로 앞서 신미년 7월 22일에 크게 맹세하였다. 『시경』, 『상서』, 『예기』, 『좌전』을 차례로 습득하기를 맹세하되 3년으로써 하였다.)] 또 「찬기파랑가(讚耆婆郎歌)」는 그 출전인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확인했듯, 충담 스님이 경덕왕 24년(765년) 이전에 지었기에 이 사실만 알았어도 그 관련은 놀랄 일이 아니다. 곧 스러졌지만, 고유의 정체성을 선입견으로 기대하다가 유감스러워진 심경의 변주가 아니었나 한다. 문화에서 컨텐츠의 기원론 탐색은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 평가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단순한 답습이 아니라 새 개진에서 작든 크든 모티프로 활용한다면 언제나 현명한 처사이고, 의의 있다. 세계의 여러 신화와 설화의 전개에서도 그러하고, 작가 시인의 예술로 강조되는 기명(記名) 문학작품에서도 출현 시공과 방식과 무관하게 이미 정리된 사안이다. 미련을 가진다면 사실을 왜곡하게 되거나 국수주의 연장이나 조장으로 비판되기 쉽다. 더욱이 『시경』의 「관저(關雎)」를 읽어보면 상호관련성이 있지만 서로 주제도 다르고 비중도 다르다. 

 

關關雎鳩(관관저구) : 꾸안 꾸안 지저귀는 두 징경이

在河之洲(재하지주) : 강 가운데 모래섬에 있네

窈窕淑女(요조숙녀) : 아리땁고 그윽한 아가씨는 

君子好逑(군자호구) : 군자의 좋은 짝이로다

 

參差荇菜(참치행채) : 들쭉날쭉 마름나물을

左右流之(좌우류지) : 이리저리 헤치며 찾네

窈窕淑女(요조숙녀) : 아리땁고 그윽한 아가씨를

寤寐求之(오매구지) : 자나 깨나 구한다네

 

求之不得(구지부득) : 구해도 구하지 못해

寤寐思服(오매사복) : 자나 깨나 생각하고 그리워하여

悠哉悠哉(유재유재) : 아득하고 아득해라

輾轉反側(전전반측) :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못 이룬다네

 

參差荇菜(참치행채) : 들쭉날쭉 마름나물을

左右采之(좌우채지) : 이리저리 뜯네 

窈窕淑女(요조숙녀) : 아리땁고 그윽한 아가씨를

琴瑟友之(금슬우지) : 금과 슬로 친해져야지

 

參差荇菜(참치행채) : 들쭉날쭉 마름나물이

左右芼之(좌우모지) : 이리저리 우거져 있네  

窈窕淑女(요조숙녀) : 아리땁고 그윽한 아가씨를

鍾鼓樂之(종고락지) : 종과 북으로 즐겁게 하고 싶네

               - 이상은의 국역을 기본으로 세부 조정

 

 ‘강 가운데 모래섬’, 즉 삼각주가 「관저」에서도 공간이지만 「찬기파랑가」와 주제가 다르다. 「찬기파랑가」의 주제가 ‘낭도 무리를 인도하여 국가에 충성하는 화랑 기파랑의 인격 찬양’이라면, 「관저」는 ‘아리땁고 그윽하며 살림도 잘 할 짝을 찾는 남성 청년의 가슴 조이는 상사성(相思性) 구애’이다. 또 ‘삼각주’의 성격도 「찬기파랑가」와 달리, ‘두 징경이가 지저귀며 마름나물을 채취하는 사랑과 생활의 공간’이다. 

 감상에서 우리가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2, 4수의 1, 2행에서 시도되는 ‘마름나물’을 ‘이리저리 헤치며 찾’고, ‘이리저리 뜯’는 주체를 누구로 볼 것인가이다. ‘아리땁고 그윽한 아가씨’일 수 있고, ‘두 징경이’일 수도 있다. 후자로 보는 것이 좋겠으며, 그렇다면 화자가 삼각주에서 원앙보다도 사이가 좋은 두 징경이의 협업을 바라보며, 그리워하던 짝을 더욱 그리워하는 정황이 이 시의 기조라고 하겠다. 

 다음으로 검토할 국면은 이미 상기 역문에서 시도되어 있지만, 역자마다 달라 모호하다할 이 시 작중 인물의 행위와 생각의 시제(時制)이다. 이 시에서도 시제에 따라 그것들은 사실과 관념으로 속성과 의미가 달라지기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3수 화자의 ‘구해도 구하지 못해/자나 깨나 생각하고 그리워하여/아득하고 아득해라/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못 이루도다’란 진술을 기준으로, 1, 2수의 ‘두 징경이’의 행위와 남성 화자의 1, 2수 관찰과 독백, 그리고 3수의 독백은 현재, 4수 1, 2행 징경이의 행위와 5수 1, 2행의 화자 관찰은 현재, 4, 5수의 3, 4행들은 원망(願望)의 미래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4수 3, 4행 ‘아리땁고 그윽한 아가씨를/금과 슬로 친해져야지’, 5수 3, 4행 ‘아리땁고 그윽한 아가씨를/종과 북으로 즐겁게 하고 싶네’라고 한 바, 이는 ‘그리워’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못 이루’는 상태에서 피력되는 화자의 현재 소원이다. 위에서 국역된 대로, 실현되었거나 실현되고 있는 상태로 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은 이 시의 정황에 어울리면서도 『시경』을 편집한 문예비평가 공자(기원전 551-기원전 479년)가 「관저」를 두고 자신의 시론, “낙이불음 애이불상[(樂而不淫, 哀而不傷 : 즐거워도 음란하지 않아야 하고, 슬퍼도 정신을 손상하지는 않아야 한다”의 예로 든 의도와도 어울린다고 하겠다.   

 그리고 1수 1-2행 ‘關關雎鳩 在河之洲’란 선경(先景)에 이어 그 후정(後情)으로 1수 3, 4행에서 곡진한 상사(相思) 정서가 이어지고, 2, 4, 5수에서 그 구조가 반복되며, 그 후정이 심화되어 있는 ‘구해도 구하지 못해/자나 깨나 생각하고 그리워하여/아득하고 아득해라/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못 이룬다네’가 결미의 5수가 아니라, 3수로 배치된 구성도 이 시의 주제 음미에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취지가 다르지만 「관저」에서처럼 「찬기파랑가」도 모래섬 삼각주를 주요 공간으로 하였다. 우연의 일치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하필이면 그 공간이 「찬기파랑가」에서 비중 높게 연속되는지 우리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명산 명강의 경관을 내면화하면서 심신을 수련했던 화랑도. 그들이 모래섬 삼각주에서 「관저」도 읽고 외우며 「관저」의 화자처럼 자신의 기상에 어울리는 짝을 찾겠다는 용의를 배양했을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후일 사단(四端) 칠정(七情)으로 정리되는 인생의 다양한 국면을 두루 다룬 305편 시를 엮은 『시경』. 사랑과 생업으로 엮인 정경과 그런 짝을 찾는 연모의 원초를 노래하는 이 시를 그 첫 편으로 제시한 공자의 의도를 우리는 문득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