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313)] 로봇 청소기가 '몰카'?
조선시대 풍속도 김홍도의 '빨래터', 신윤복의 '단오풍정'.
작품에서 묻어나는 공통적 해학이 있다.
장난기 섞인 당시 사회상의 회화적 표현이 그것이다.
거기에 훔쳐 본다는 '재미'도 더하고 있다.
부도덕한 양반과 승려의 묘사보다 풍속도에 숨겨진 의도가 심오하다.
물론 지금 그랬다간 '치도곤(治盜棍)' 당하기 십상이다.
훔쳐보기, 엿듣기, 사생활 침해 등에 대한 법적 처벌이 엄격해서다.
하지만, 근절은 기대난망(期待難望)이다.
교묘한 수단과 방법, 최첨단으로 진화한 '몰래 카메라'를 동원한 '불법 촬영'이 만연해서다.
다반사로 일어나는 공중 화장실, 지하철, 숙박업소 '몰카'사건 등등.
범죄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저지를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도 무너진 지 오래다.
교사, 경찰관 심지어 판사, 교수까지 '몰카범'이 되는 세상이다.
관음증(觀淫症)으로 오염된 세상 어느 한 곳 안심할 만한 공간이 없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장비가 첨단화, 소형화되면서 어느 것이 불법 촬영기기인지 알기도 어려워 더 그렇다.
그런 가운데 '가정'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어 충격이다.
한국 IP캠(인터넷 프로토콜 카메라) 중 상당수가 해커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와서다.
IP캠은 가정용 CCTV, 인공지능(AI) 스피커, 노트북, 로봇청소기 등 다양한 기기에 달려 있다.
또 가정집부터 성형외과 수술실까지 일상 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런 IP 카메라 영상이 지난해 국내외 불법 음란물 공유 사이트에 유포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영상에는 여성이 옷을 갈아입는 장면부터 연인끼리의 민감한 사생활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유출된 영상들은 대부분 중국산 IP캠에서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IP 카메라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약 80%에 달한다.
그런데도 소비자보호원은 1년이 지난 엊그제 뒷북형 조사결과를 내놨다.
중국산 로봇청소기 제품이 보안에 취약하다고 밝힌 것이다.
아울러 사용자 인증 절차가 없거나 부실해 집 내부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부연 설명도 했다.
개인 사생활 영상이 IP캠 보안 허점을 타고 해외 사이트로 흘러 나간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해외 직구를 통해 중국산 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는데도 정부의 현실적 대책수준이 이정도이니 한심하다.
따라서 앞으로가 더 문제다.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해킹 시도가 멈추지 않을 게 자명해서다.
이에 대한 보안과 관련 법령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개개인도 조심해야 한다. 비밀번호를 복잡하게 설정하고, 외부 접속 기록을 수시로 확인하는것도 한 방법이다.
정보 통신의 발달로 '초연결 시대'가 도래, 생활의 편리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항시 들여다보는 '빅브라더' 세상이라면 이게 어디 사람사는 세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