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만남이 뜸하지만 한때 일주일에 한번은 만났을 정도로 친했던 사람이 성백원 시인이다. 성품이 소탈하고 정도 많아 그의 주변엔 항상 사람이 모였다.
“내가 ‘성백원 시인’이라고 부르면 조금 취한 거고, ‘백원이 형’ 하면 어느 정도 취한 거고, ‘야 백원아’ 하고 호기를 부리면 만취한 것이라 한다. 그렇게 무례를 범해도 다음에 만나면 한결같이 넉넉한 웃음으로 ‘잘 있었어?’ 하는 사람이 백원이 형이다”
수원시인협회 회장인 김준기 시인이 수원일보 연재물 ‘수원 詩, 수원 詩人’에 쓴 성백원 시인의 인물평이다.
나도 김준기 시인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그는 중학교 교사 출신이다. 지역 문인협회 회장도 역임했으며 경기문학상 등도 수상했다. ‘내일을 위한 변명’ ‘형님 바람꽃 졌지요’ ‘아름다운 고집’ ‘싼티 입고 가는 길’ 등 여러 권의 시집을 냈으며 그 중 몇 권은 교보문고 시집 베스트에 오르기도 한 중견시인이다.
그런데 퇴직 후 수원의 한 대학교에 취업했다. 교수가 아니다. 청소노동자 신분이 됐다. 지금은 일손을 놓고 고향으로 내려가 정양중이다.
그에게는 청소노동자란 직업도 좋은 글감이 됐다.
지난 47회(3월 13일자) ‘수원 詩, 수원 詩人’에 소개된 성백원 시인의 ‘삼겹살’이라는 시다.
다낭 뒤풀이 우리 집에서 합니다/워매, 뭔 지랄한다고 집으로 오래냐/여보슈, 핵교 가차운 데 암데서나 하지/(중략)/성대 앞 삼겹살집으로 오라는 거 아이가 그랬다/국산은 아니라도 싼 맛에 뒷굽이 닳던 그 집/그 삼겹살집 이름이 우리 집이란다/(중략)/활활 타오르는 붉은 살점들/기세 좋게 비우는 소주잔이 거듭될수록/길 건너 무제한 노래방 문짝은 바람에 흔들리고/기어이 낮술 몇 잔이 밤공기를 데워주던/지친 하루의 노동이 허벌나게 그리운 그 집(하략)
김준기 시인의 설명에 따르면 ‘마치 한 편의 콩트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줄거리에서 삶의 애환과 그 애환 속에 따뜻한 정감을 만나는 시’이다.
그가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대학교에서 환경미화원 몇이 뜻이 맞아 베트남의 다낭을 다녀왔던 것 같다. 그 뒤풀이를 하는 식당의 상호가 ‘우리집’이란 것이다.
처음 그가 대학교에서 청소 일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도 놀랍지는 않았다. 그라면 떳떳한 모습으로 기죽지 않고, ‘성 선생님’ ‘성 시인’이란 호칭 대신 ‘어이 성씨!’라는 부름에도 빙그레 웃으며 빗자루를 잡았을 것이다.
성백원 시인이 퇴직 후 대학교 청소노동자 생활을 하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경제적인 사정이 가장 컸을 것이다.
어디 성 시인 뿐이랴, 이 땅의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중·노년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12월 23일 대한민국은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하면서 노인정책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특히 노동력 감소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 일자리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는 소득을 증대시켜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해 경제적 안정을 줄 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활력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자존감도 높여준다.
나도 노년층에 들었지만 아직 일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사설과 칼럼을 쓴다. 내가 원하는 일이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외식도 시켜주고 간혹 친구들과 선술집 같은 곳에서 대포도 한잔 할 수 있으니 매일이 즐겁다.
내 또래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그냥 놀지 않고 있다. 점심값과 교통비만 받는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도 많다.
장애인들의 최대 복지는 일자리라고 했다. 노인 역시 마찬가지다. 노인들은 일자리를 원한다.
윤덕룡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는 지난해 11월 한국경제TV와 가진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사회조사 통계 결과 경기도 60세 이상 가구의 72%가 아직도 근로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경우도 사회문제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일자리가 없으면 당장 생계에 문제가 생기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 및 사회적 쏠림 현상이 가속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노인일자리 정책’과 함께 ‘노인일자리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백원이 형’도 얼른 몸이 쾌차해 직장으로 돌아가서 ‘우리집’을 신발 뒤축이 닳도록 드나들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