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일보=김종식 기자] 소리가 아닌 손끝으로, 말이 아닌 눈빛과 표정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서로의 언어를 배우며 마음을 잇고, 가을 햇살 속으로 함께 걸어 나선다.
수원 청각장애인 수어 봉사단체 ‘손으로 하나되어’와 농인들은 9월 20일 당진으로 가을소풍을 떠났다.
이날 오전 6시, 토요일 이른 아침임에도 경기도농아인협회 수원시지회 사무실은 분주했다.
회원들은 아침으로 떡과 빵 그리고 간식, 음료를 챙기고 농인 4명에 봉사자·후원자 각 1명이 동행하는 6인 1조, 총 8개 팀을 구성했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여행자 보험을 가입했고, 사전에 현장을 답사하며 체험까지 마치는 등 준비를 꼼꼼하게 마쳤다.
이번 소풍에는 농인 어르신 33명을 비롯해 회원과 이 행사를 후원한 더사랑의교회 이음플랫재단 관계자 등 50여명이 함께했다.
오전에는 충남 당진시 푸레기마을에서 연잎밥과 파스 만들기를 체험하고 점심을 나눴다.
이날 체험장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통증 파스를 만들던 농인 어르신 한 분이 약재를 너무 세게 반죽하는 것을 보고 “힘이 넘친다”며 수어로 농담을 던지자 주변이 웃음바다가 됐다.
연잎밥을 싸던 한 회원은 “내가 만든 건 모양이 엉망인데, 농인 여성 어르신이 도와주니 바로 작품이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푸레기마을 김수정 사무장은 “농인 어르신을 모시고 통증 파스와 연잎밥 만들기 행사 진행에 앞서 소통에 많은 걱정했는데, 농인분들이 얼굴 표정과 입 모양, 행동 등을 보고 대부분 이해를 해서 감사했다”며 “조금 어려운 문장은 통역선생님이 있어서 행사 진행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농인 이기종씨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 그동안 평일에 진행되는 체험활동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이번 주말 행사에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직장 농인을 위해 가끔 주말 행사도 진행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아산 외암마을로 이동, 마을 탐방과 엿 만들기 체험행사를 진행됐다.
손으로 하나되어 이민자 회원은 “농인 어르신들이 프로그램 하나 하나 끝날때마다 좋은 행사를 준비해줘 고맙다며 흡족한 얼굴로 인사했다”며 “기도와 후원, 현장 봉사에 함께해준 재단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더사랑의 교회 임대호 부목사는 “처음에는 농인 어르신과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통증 파스 만들기와 연잎밥 만들기 등 여러 활동을 하면서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고, 농인분들과 함께 걸으며 웃고 서로를 알아가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며 “서로를 배려하는 작은 행동들이 말이 아니라 눈빛과 손짓,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더 깊은 공감과 사랑이 피어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