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리포트] "바닷길 운임의 추락, 한국 해운의 내일을 묻는다"
[수원일보=김종식 대기자] 컨테이너 운임지수가 연일 추락, 국내 해운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상하이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198.21로 1,200선을 무너뜨리며 9년 10개월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SCFI와 함께 글로벌 시황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 컨테이너운임지수(CCFI)도 전주보다 5.07포인트 하락한 1,120.23을 기록했다.
얼핏 숫자놀음 같아 보이지만, 이 지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세계 무역의 체온계이자 한국 경제의 맥박을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나라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높아 해운업계가 흔들리면 고용·금융·조선업 등 연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운임 하락은 수출입 기업 입장에서는 물류비 부담이 줄어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하지만 배를 운영하는 해운사에는 치명적인 악재다. 종합해운물류기업인 HMM을 비롯한 국내 선사들의 이익은 급격히 쪼그라들고, 줄어든 수익은 곧 인력·선박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한국 해운산업이 다시 한번 ‘흔들리는 모래 위’에 서 있는 형국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기둔화와 미국의 관세 영향에 의한 인플레이션으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대폭 둔화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중으로 연초 선복량 대비 6% 이상의 신조선 인도까지 이뤄지면서 시황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문제의 본질은 명확하다. 첫째, 수요는 줄고 공급은 넘친다. 미·중 무역 갈등과 세계 경기 둔화로 화물 물동량은 감소하는데, 코로나 특수기에 발주한 신조선이 한꺼번에 인도되며 시장에 배가 넘쳐난다.
둘째, 우리 해운업의 체질은 여전히 취약하다. 대형 선사에 대한 의존도는 높고, 중소 해운사는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파도에 휩쓸린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시장 다변화 전략이 시급하다. 미주·중국 항로에 편중된 구조에서 벗어나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뱃길을 넓혀야 한다.
셋째,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선박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다. 단순 운임 경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기에, 서비스 차별화와 친환경 규제 대응력이 곧 경쟁력이다.
넷째, 국가 차원의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세계적 경기 변동은 피할 수 없는 변수인 만큼, 한국 해운산업이 위기에 몰릴 때 안전핀 역할을 할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바다는 늘 출렁인다. 해운업도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 중요한 것은 위기 때마다 밀려드는 파도에 휘청거리는 구조를 벗어나, 스스로 파도를 타고 나아갈 힘을 키우는 일이다. 컨테이너 운임 하락은 단순한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우리 해운의 내일을 묻는 질문이다. 이제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