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316)] 종묘

정준성 주필

'종묘' 그 이름만 들어도 장엄함과 숙연함이 함께 느껴진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가 오롯이 새겨진 건축물이어서다. 

건물의 구성과 용도를 생각하면 더하다.

왕과 왕비 혼을 모신 죽음의 공간 또는 영혼의 공간이 그곳에 있어서다.

그런데다 종묘는 단순히 왕의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를 모시는 신전이 아니다.

왕위를 계승한 25명의 왕의 업적과 통치를 평가하는 공간이다.

업적과 공덕을 인정받아 영원토록 정전에 모셔지는 왕의 신주를 ‘불천지주’로 부른다.

절대 치적의 역사를 남긴 태조를 비롯한 태종, 세종, 정조 등의 신주가 해당된다. 

이런 신주 옆에는 업적을 새긴 금책, 옥책과 후세 교훈담, 활동 문서가 비치돼 있다.

아울러 왕들이 남긴 공을 찬양하는 신실이 꾸며져 있다.

기간이 짧고 업적이 적은 왕들은 영녕전에 봉안됐다.

조선 27명의 왕중 광해군과 연산군 두 명의 신주만은 이곳에 없다.

재위때 저지른 패악 때문에 종묘에 들어오지 못했다.

이런 종묘를 세계적인 건축가들은 한국건축 미학의 최고봉이라 칭송한다. 

혹자는 그리스 파르테논, 로마 판테온, 중국 천단, 일본 이세신궁 보다 뛰어난 신전이라 평한다.

우리 조상들이 나라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조상의 신’을 왕의 거처인 궁궐보다 먼저 챙긴 덕분이다.

나라가 존재 하려면 “종묘를 잘 지켜야 한다”라는 심오한 뜻도 담겨있어 숙연함을 더한다.  

1995년 종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종묘가 지닌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인정 받은 것이다.

종묘에서는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과 매년 11월 첫째 주 토요일 종묘제례가 거행된다.

조선시대 유교 예법에 따라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례다.

이 또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장중함이 더 없다.

종묘는 이처럼 물리적 형태와 전통 의례를 모두 보존하고 있어 높은 수준의 진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종묘 전체 구역과 정전, 영녕전 등 개별 건축물은 국보, 보물 등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일반인 접근도 매우 제한적이다. 

종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특히 영녕전의 신실은 즉 대제(大祭)가 있을 때만 문을 연다.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열리지 않는 신성한 공간인 셈이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에서 외부인들과 '차담회'를 열어 물의를 빚은 바 있다.(수원일보  8월28일 자 보도) 

이번엔 차담회를 연뒤 당시 종묘 영녕전의 신실까지 둘러본 것으로 확인돼 다시 논란이다.

'왜' '무엇 때문에' 평소 관람은 물론 출입도 엄격히 제한되는 의례 공간에 들어 갔는지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조사 결과 드러나겠지만, 혹여 현대판 '왕비'라는 착각으로....

이 정도라면 개인적 야욕을 채우기 위한 '분탕(焚蕩)질'이나 다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