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과 25일 충북 단양에서 열린 ‘2025 국가유산지킴이 전국대회’에 다녀왔다.
내가 속해 있는 사단법인 화성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뒤 물 맑고 산세 수려하고 햇살과 바람마저 참 좋은 단양에서의 가을 나들이를 즐겼다.
올해 행사는 알찼다. 주최 측인 국가유산청과 사단법인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는 물론이고 주관단체인 충북문화유산지킴이의 꼼꼼한 준비가 눈에 띄었다. 숙소인 소노벨 단양도 마음에 들었고, 식사도 만족스러웠다.
저녁 식사 후 우리끼리 아랫마을로 내려가 호프를 한잔하며 최호운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장이 얼마나 관계자들을 들들 볶았기에 이처럼 말끔한 행사가 됐느냐며 웃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더해졌다. 바로 ‘시민유산위원회’ 발족식이다.
지난 1월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가 국가로부터 국민신탁 단체로 지정됨에 따라 국민참여형 시민유산운동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시민유산위원회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새로운 개념의 ‘시민이 주인이 되는 국가유산 보호체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전국대회의 주제도 ‘지켜온 유산, 함께 이어갈 미래’로 정했다.
시민유산은 국가나 지방정부가 아닌, 시민의 힘과 참여로 보존·관리되는 문화유산 또는 자연유산이다.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민 모금, 기증, 위탁 등을 통해 역사적 건물, 전통마을, 자연환경 등 문화유산과 역사인물의 삶이 담긴 유·무형자산을 보존하는 것이다.
지난 6월 27일 문화유산의 공공성과 시민의 주체적 참여를 강조하는 ‘시민유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NGO 단체 연합인 (사)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회장 최호운 화성연구회 이사장)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시민유산 자문위원회 발족식 및 제1차 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 국가 유산 관련 정부·학계·언론·정당·법조·NGO·연구기관 등 다양한 분야 인사 20여 명이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최호운 회장은 물론 김현모 전 문화재청장,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 각계 인사들이 함께하며 자문위원회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이어 8월 21일 열린 제2차 시민유산 자문위원회에서는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시민유산 자문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어 9월 24일엔 수원문화원에서 ‘한국국가유산지킴이 시민유산 학술세미나’도 열렸다. ‘시민유산 개념정립과 지속가능한 보전·활용방안’을 주제로 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시민유산은 무엇이며 어떻게 보전·활용 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치기도 했다.
주제 발표자들은 입을 모아 “시민유산운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시대적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유산은 우리의 삶 속에서 기억을 담고 있는 장소, 흔적이 깃든 모든 것을 아우르는 새로운 유산의 개념”(유정주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개회사), “시민유산은 과거로부터 온 것이지만 동시에 현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강력한 잠재력을 지닌다”(이참 시민유산 자문위원장,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 “앞으로의 과제는 ‘지역민의 기억과 정체성을 품은 생활 속 유산을 찾고 챙기기’ ‘고택, 정자, 서당터, 공동우물, 절터, 암자터, 종교건물터, 폐교, 공장터, 옛 마을창고, 지명, 전설, 당산나무, 서낭당, 마을조직과 의례, 세시풍속 등 유산과 생활문화 자료의 철저한 조사·정리’”(이해준 전 국립공주대학교 문화유산대학원장), “시민유산마을 인증제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며, 시민유산 기금은 기부를 소비와 경험, 미래가치를 연결해 시민의 참여를 가치 있는 경험으로 극대화하는 다각적 전략”(이동범 국가유산활용학회 회장), “시민 유산 등 국민의 참여·협력 활성화의 법·제도적 강화’ ‘국민신탁제도 활성화를 통한 시민유산 활동의 지원 기반 조성’ ‘시민 유산 분야 참여자·기관 간의 협력과 연대 지원’이 이루어져야”(장영기 국가유산청 사무관) 등의 주장에 참석자들은 뜻을 같이 했다.
“시민유산은 그 이름처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그 가치를 인식하고 참여할 때 비로소 진정한 생명력을 얻게 된다”는 최호운 회장의 발언에도 깊이 공감했다.
이번 국가유산지킴이 전국대회는 시민유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증대시키고 자발적인 참여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시작점이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시민유산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앞에서 열거한 오래된 집이나, 마을 앞의 정자, 공동우물, 절터, 오래된 성당이나 교회, 폐사지, 폐교, 공장터, 옛 마을창고, 지명, 전설, 당산나무, 서낭당, 마을조직과 의례, 세시풍속, 노동요 등 우리가 지켜내서 후손에 물려줄 대상은 끝이 없다.
당장 수원시에만 해도 빈 채로 방치된 한옥과 일제강점기 지어진 건물, 그리고 성신사 고유제례 등 가치가 있는 유산이 많다. 지금은 화성연구회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조사하고 보존노력을 하고 있지만 손이 모자란다. 뜻있는 시민들이 보다 많이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